7장
누구를 위해 검을 드는가
강은 닷새 동안 남쪽으로 흘렀다.
배 위에서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세드가 키를 잡았다. 미라가 포로들을 돌보았다. 노엘이 환자들을 돌보았다. 에반은 뱃머리에 앉아 강을 보았다. 양쪽 기슭이 잿빛에서 누런색으로, 누런색에서 초록으로 바뀌었다. 점령지를 벗어난 것이다. 밭이 보였다. 사람이 보였다. 사람들은 배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포로들이 손을 흔들어 답했다.
둘째 날 밤 세드가 에반 옆에 앉았다. 키를 미라에게 맡기고. 하늘을 가리켰다.
"저거. 북쪽 별."
에반은 올려다보았다. 별이 많았다. 어느 것인지 몰랐다.
"국자 모양 찾아. 일곱 개. 그 끝에서 다섯 배 가면 있어."
에반은 찾았다. 한참 걸렸다. 찾고 나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 잃으면 저거 봐. 저건 안 움직여."
"왜 알려 줘요."
"……몰라야 할 이유도 없잖아."
에반은 더 묻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북쪽 별을 보며 잠들었다. 배가 남쪽으로 가고 있었으므로 별은 등 뒤에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안 움직였다.
넷째 날 노엘이 에반에게 붕대를 가르쳤다.
배 가운데. 포로들 사이에서. 그녀가 환자를 묶는 것을 에반이 보고 있었다. 보기만 했다. 노엘이 붕대를 내밀었다.
"해 봐요."
"저는—"
"마왕성에서 내가 못 가면 누가 해요. 미라 씨는 한 손이고 세드 씨는 떨어요."
에반은 붕대를 받았다. 포로의 팔. 베인 상처. 그는 감았다. 세게. 노엘이 풀었다.
"피 안 통해요. 반만."
"……반만요."
"반만. 물동이처럼."
에반은 다시 감았다. 반만. 느슨하게. 노엘이 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환자. 다리. 에반이 감았다. 반만. 노엘은 풀지 않았다. 다음. 다음. 다섯 명. 그는 다섯 명을 묶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검을 쥘 때와 달랐다. 검은 세게 쥐었다. 붕대는 반만.
"됐어요." 노엘이 말했다. "이제 세드 씨 입가 터지면 당신이 해요."
"터져요?"
"정박 길게 하면 혀 깨물어요. 수문에서 봤잖아요."
에반은 보지 못했다. 수문에서 그는 앞을 보고 있었다. 언데드를. 세드의 입가는 보지 못했다. 노엘은 보았다. 그녀는 늘 그런 것을 보았다. 누가 어디서 피가 나는지. 에반은 그것을 생각하며 붕대를 감았다. 노엘이 보는 것을 자기도 조금은 봐야 한다고. 마왕성에서 노엘이 못 가면.
세드가 키에서 그것을 보았다. 에반이 붕대를 감는 것을. 그는 자기 입가를 만졌다. 수문에서 터진 자리. 다 나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닷새째 아침에 왕도가 보였다.
큰 강이 넓어지는 곳에 성곽이 있었다. 회색 돌벽. 망루 여럿. 성벽 안에 지붕이 빽빽했다. 에반은 왕도를 본 적이 없었다. 라움에서 왕도는 이야기 속의 것이었다. 다렌이 회의하러 가는 곳. 그는 그 성벽을 보며 생각했다. 다렌은 여기서 마왕성으로 갔다. 북쪽 길을 따라. 그는 강배를 타고 여기 왔다. 포로 쉰 명과 함께.
왕도 아르덴은 사기가 꺾여 있었다.
용사의 죽음이 알려진 뒤로. 성벽은 높았고 군대는 있었으나, 병사들의 눈이 바닥을 보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가 통행증을 받아 들고 한참 보았다. 미라의 이름을 보고, 미라의 팔을 보고, 포로들을 보았다. 강배가 포로들을 싣고 도착하자 그 눈이 조금 올라왔다. 북쪽 요새가 무너졌다. 포로가 돌아왔다. 네 사람이 그것을 했다. 그 말이 성문에서 성안으로 퍼지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그러나 왕국은 네 사람에게 군 전체를 맡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지휘부는 성벽을 지켰다. 장군들이 있었고, 병사가 삼천이었고, 네 사람은 넷이었다. 미라는 지휘부 회의에 불려 갔다. 방패기사로서. 그녀는 요새에서 가져온 지도를 내놓았다. 왕도 공격 계획. 날짜. 장군들이 그것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닷새 남아 있었다.
미라는 자신이 아는 피난 통로와 동문 지역의 방어를 맡았다. 동문은 왕도의 약점이었다. 성벽이 낮고 그 안쪽에 대피소가 있었다. 부상자와 주민이 모이는 곳. 거기가 뚫리면 사람이 죽었다. 미라는 그곳을 달라고 했다. 장군들은 한 팔인 기사에게 그곳을 주는 것을 망설였다. 미라는 "제가 압니다. 통로를"이라고 했다. 그것이 이유였다. 장군들은 주었다.
네 사람은 군대가 할 일을 대신하는 초인이 아니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곳을 맡은 작은 부대였다. 에반은 그것을 알았다. 알게 됐다. 협곡 전이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성검을 들고 성벽 위에 서서 혼자 막겠다고 했을 것이다.
왕도의 상점은 라움의 장터와 달랐다. 검이 벽에 백 자루씩 걸려 있었다. 에반은 성검을 들고 있었으므로 검은 사지 않았다. 대신 방어구를 봤다. 가죽 갑옷. 그는 그것을 입어 보고 벗었다. 무거웠다. 움직이기 힘들었다. 받아흘리기는 움직여야 했다. 그는 낡은 망토를 그대로 입었다.
세드는 지팡이를 새로 샀다. 끝이 탄 것을 버리지는 않았다. 둘 다 들고 다녔다. 노엘은 약초와 붕대를 샀다. 많이. 미라는 방패 끈을 새로 맞췄다.
공격 전날, 에반은 왕도의 아이들에게 붙잡혔다.
대피소 근처였다. 미라를 따라 통로를 익히던 중에. 아이들 대여섯이 그를 둘러쌌다. 성검 이야기가 성안에 퍼진 것이다. 요새를 무너뜨린 검. 전설의 검.
"성검! 성검 보여 줘요!"
예전 같으면 즉시 꺼냈을 것이다. 자랑스럽게. 에반은 잠시 아이들을 보았다. 성검을 보았다. 등에 멘 것을. 그리고 내일 이 아이들이 어디 있을지 생각했다. 대피소 안에. 성벽이 뚫리면.
"내일. 내일 돌아와서 보여 줄게."
"지금요!"
"내일."
"내일 일정이 많군." 뒤에서 세드가 말했다.
에반은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은 투덜거리며 흩어졌다. 그는 약속을 한 것이었다. 내일 돌아오겠다는. 그것은 성검을 보여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돌아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는 그 차이를 알았다.
그날 밤 노엘은 네 사람 몫의 빵을 따로 챙겼다. 내일을 위해. 미라는 그 빵에 이름을 붙였다. "승전 만찬." 딱딱한 빵이었다. 왕도의 빵은 전쟁 때문에 딱딱했다. 에반이 한 입 물었다가 이를 부여잡았다. 모두 웃었다. 미라도. 그녀가 웃는 것을 에반은 처음 보았다. 돌다리에서도, 헤른에서도 웃지 않았다. 지금 웃었다. 그는 이를 잡은 채 그것을 보았다.
"내일 먹자." 미라가 말했다. "이기고."
"지면요?" 세드가 물었다.
"지면 먹을 사람이 없지."
아무도 그 말에 웃지 않았다. 그런데 무섭지도 않았다. 이상했다. 에반은 빵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넷이면 무섭지 않은가. 아니었다. 무서웠다. 다만 혼자 무서운 것과 달랐다.
공격 이틀 전, 미라가 카드를 꺼냈다.
왕도 병영의 식탁. 넷이 앉은. 미라는 작은 장터에서 카드 묘기를 하다 쏟은 뒤로 매일 밤 카드를 했다. 그리고 매일 밤 졌다. 세드에게. 세드는 장터 가격을 깎는 사람이었다. 표정이 없었다. 미라는 표정이 다 드러났다. 좋은 패를 들면 눈썹이 올라갔다. 나쁜 패를 들면 입이 한쪽으로 갔다. 세드는 그것을 읽었다. 에반도 읽을 수 있었다. 노엘은 "저렇게 다 보이는데" 하고 말했다.
그날 밤 미라는 세 판을 졌다. 네 판째에 세드가 패를 깔 때, 미라가 멈췄다.
"……잠깐. 그 패가 왜 이겨?"
"같은 무늬 다섯."
"같은 숫자 셋이 더 높잖아."
"아니야. 무늬 다섯이 높아."
미라는 세드를 보았다. 에반을 보았다. 노엘을. 셋 다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규칙을 잘못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요?" 에반이 물었다.
"……기사단 들어갔을 때부터."
세드가 웃음을 참았다. 실패했다. 미라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시 패를 돌렸다.
"다시."
규칙을 바로 알고도 그녀는 졌다. 다섯 판째. 여섯 판째. 표정 때문이었다. 세드는 그녀의 눈썹을 읽었다. 일곱 판째. 미라는 패를 들었다. 눈썹이 올라갔다. 세드가 그것을 보았다. 판을 키웠다. 미라도 키웠다. 세드가 더 키웠다. 미라가 패를 깔았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낮은 패.
세드는 자기 패를 보았다. 미라를 보았다.
"……허세였어?"
"눈썹." 미라가 말했다. "일부러 올렸어. 네가 그걸 보는 거 알았으니까."
세드가 패를 깔았다. 미라보다 낮았다. 그도 허세였다. 미라의 눈썹을 믿고 키운 것이다. 미라가 이겼다.
"읽히는 걸 알면 읽히는 걸 쓰면 돼." 미라가 카드를 모으며 말했다.
노엘이 에반에게 작게 말했다.
"저게 지휘관이에요."
에반은 미라를 보았다. 처음 이긴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카드를 모으고 있었다. 한 손으로. 그는 생각했다. 싸움 밖에서도 저 사람은 저렇게 한다. 뭐가 보이는지 알고, 보이는 것을 쓴다. 방패를 한 손으로 드는 것도 같았다. 한 손이라는 것을 알고, 한 손으로 되는 방식을 만들었다.
공격 전날 아침, 에반과 미라는 연병장에 갔다.
왕도 병영 뒤. 넓은 마당. 병사들이 훈련하는 곳. 미라가 가자고 했다. "한 판 하자." 비살상. 막대와 방패로. 에반은 막대를 들었다. 미라는 새 방패를 받침째 들고.
미라가 받침을 박았다. 에반이 쳤다. 흘렸다. 쳤다. 흘렸다. 벽이었다. 그는 벽을 칠 수 없었다. 열 번. 스무 번. 미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동." 미라가 말했다. "내가 받침 뽑고 옮길게. 그때 쳐."
미라가 받침을 뽑았다. 걸었다. 세 걸음. 에반이 쳤다. 미라는 방패를 들었지만 받침이 없었다. 한 손으로 흘렸다. 흘렸지만 밀렸다. 한 걸음. 에반이 다시 쳤다. 또 밀렸다. 미라가 받침을 박았다. 벽이 됐다. 그러나 그 세 걸음 동안 그녀는 벽이 아니었다.
"거기." 에반이 말했다. 막대를 내리며. "옮길 때. 세 걸음."
"알아."
"세 걸음 동안 못 막아요."
"안다고."
"그럼 그동안 제가 앞에 설게요."
미라는 그를 보았다. 에반은 막대를 들고 서 있었다. 지켜 드릴게요, 라고 하지 않았다. 앞에 설게요, 라고 했다. 세 걸음 동안만. 그녀가 벽이 아닌 동안만. 그것은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었다. 비는 자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해 봐."
미라가 받침을 뽑았다. 에반이 앞에 섰다. 미라가 걸었다. 세 걸음. 에반은 거기서 흘렸다. 가상의 적을. 미라가 받침을 박았다. 에반이 옆으로 비켰다. 자기 자리로. 미라의 오른쪽.
"다시."
열 번. 스무 번. 에반이 앞에 서고, 미라가 옮기고, 에반이 비키고. 서른 번째에 미라가 받침을 박기도 전에 에반이 비켰다. 박히는 소리를 듣기 전에. 그녀가 어디에 박을지 알았기 때문이다.
"됐네." 미라가 말했다.
"됐어요?"
"위치 교대. 이름 붙여야지."
"……뭐라고요?"
"'세 걸음'."
에반은 웃었다. 미라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둥, 둥. 방패를 두 번 두드렸다. 뜻 없이. 아니, 뜻이 있었다. 그는 이제 그 뜻을 알았다.
연병장 끝에서 세드와 노엘이 그것을 보았다. 노엘이 말했다.
"미라 씨가 가르치기만 하던 게 끝났네요."
"그래요?" 세드가 물었다.
"지금 에반이 가르쳤잖아요. 세 걸음."
세드는 연병장을 보았다. 둘이 다시 하고 있었다. 에반이 앞에, 미라가 옮기고, 에반이 비키고. 그는 사탕을 꺼냈다. 하나를 노엘에게 주었다. 노엘은 받았다. 단 것이었다. 코를 안 고는 사람 것.
마왕군은 새벽에 왔다.
지도에 적힌 날짜보다 하루 빨랐다. 북쪽 들판이 검게 덮였다. 늑대 기병, 보병, 오우거, 와이번. 멀리서 화룡이 울었다. 협곡에서 본 것. 발테르의 군기가 그 한가운데 있었다. 왕도의 종이 울렸다. 병사들이 성벽으로 뛰었다. 주민들이 대피소로 뛰었다.
동문에서 미라가 받침을 박았다.
성문 안쪽. 대피소로 가는 길목. 성문이 뚫리면 적이 오는 첫 번째 자리. 그녀는 거기 섰다. 한 팔로. 방패를 땅에 박고. 왕국 병사 서른이 그녀 뒤에 있었다. 어린 병사들이었다. 미라는 그들에게 말했다. "나를 넘어오는 것만 쳐. 내 앞은 보지 마."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은 미라의 오른쪽에 섰다. 세드는 뒤에. 노엘은 대피소 입구에.
병사 서른 중 하나가 에반 옆에 섰다. 창을 들고. 에반보다 어렸다. 열여섯. 손이 떨리고 있었다. 창끝이 흔들렸다. 에반은 그것을 보았다. 자기 손이 북문에서 떨렸던 것을 생각했다.
"이름이 뭐야."
"……렌입니다."
"렌. 내 뒤에 있어. 내가 흘리면 그 다음에 찔러. 먼저 찌르지 마."
"먼저 찌르면 안 됩니까?"
"먼저 찌르면 틀려."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에반은 알았다. 자기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말할 시간이 없었다. 성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렌." 미라가 뒤에서 말했다. 돌아보지 않고. "나를 넘어오는 것만 쳐. 내 앞은 보지 마."
"……네."
"보면 창이 흔들려. 지금처럼."
렌은 창을 고쳐 쥐었다. 흔들림이 조금 줄었다. 조금.
성문이 뚫렸다. 오우거 셋이 문을 부쉈다. 보병이 쏟아졌다. 미라가 흘렸다. 첫 번째 오우거의 철퇴를. 방패 면을 돌려서. 오우거가 기둥에 박혔다. 에반이 베었다. 두 번째. 흘렸다. 베었다. 세드가 얼렸다. 셋째. 왕국 병사들이 창을 내밀었다. 보병들이 창에 걸렸다. 길목은 막혔다.
반 시진. 한 시진. 적은 끝없이 왔다. 미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받침이 땅에 박혀 있었다. 에반은 그 옆에서 움직였다. 둥, 둥, 둥. 옆으로. 둥, 둥. 뒤로. 그는 이제 소리를 듣고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 갔다. 미라가 본 것을 그가 못 봐도 몸이 갔다. 그리고 갈 때마다 거기에 이유가 있었다. 창이 지나갔다. 화살이 박혔다. 그가 있던 자리에.
그리고 가르도가 왔다.
가르도는 동문 대피소를 쳤다.
성문이 아니라. 성벽을 넘어서. 부상자와 주민이 있는 곳. 그는 그런 곳을 골랐다. 약한 자를 지키는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인의 몸. 늑대의 얼굴. 커다란 도끼. 그는 성벽의 낮은 곳을 부하들에게 사다리로 오르게 하고 자기가 먼저 넘었다. 대피소 앞마당에 떨어졌다. 병사 다섯이 그를 막았다. 다섯이 쓰러지는 데 숨 다섯 번이 걸렸다.
노엘이 대피소 입구에 있었다.
그녀는 가르도를 보았다. 도끼를 보았다. 도끼 자루에 무언가가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종 조각이었다.
깨진 청동. 손바닥만 한. 노엘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고향의 종. 마을 한가운데 있던, 아침마다 울리던. 그 종에 새겨진 문양. 불탄 날 녹아내린 그 종의 조각이 전리품처럼 도끼에 매달려 있었다. 동생이 그 종 아래서 놀았다. 종이 울리면 뛰어나왔다. 그 종.
"그 종." 노엘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서 가져왔어."
가르도는 그녀를 보았다. 종 조각을 보았다.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마을이었더라. 작은 데였는데."
기억하지 못했다.
그 무심함이 노엘을 벽까지 밀었다. 그녀는 손을 들었다. 종소리. 신성 마법이 가르도를 덮쳤고, 그는 뒤로 밀려 대피소 벽에 부딪혔다. 돌이 울렸다. 그는 비틀거렸다. 노엘은 다시 손을 들었다. 종소리. 가르도가 다시 밀렸다. 벽에. 도끼가 손에서 흔들렸다. 노엘은 세 번째 손을 들었다. 한 번 더. 치명상을 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저 목에. 저 가슴에. 한 번 더.
성벽이 무너졌다.
가르도의 부하들이 오른 낮은 성벽. 사다리와 사람의 무게에, 오우거의 철퇴에. 돌이 쏟아졌다. 대피소 앞마당으로. 아군 병사와 주민이 함께 깔렸다. 비명. 먼지. 노엘의 손이 멈췄다. 가르도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도끼를 잡았다.
노엘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을 든 채로.
저 앞에 복수가 있었다. 비틀거리는. 한 번 더 치면 끝나는. 저 뒤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돌 아래서. 비명을 지르는. 한 번 더 치면, 가르도는 죽고, 저 사람들도 죽는다. 그녀가 돌아서면, 가르도는 살고, 저 사람들은 산다. 어쩌면.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수도원에서 어린 병사 앞에서 알았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다만 그때는 모르는 병사였고, 지금은 그 종을 든 자였다.
그녀는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잔해 쪽으로 달렸다.
에반도, 세드도, 미라도 그녀에게 용서하라고 하지 않았다. 고결해지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가 달리는 것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가르도 앞을 막아섰다. 그녀가 선택한 일을 가능하게 했다. 미라가 받침을 뽑아 옮겨 박았다. 대피소 앞으로. 에반이 그 옆에. 세드가 뒤에. 가르도와 노엘 사이에 세 사람이 섰다.
"복수하러 온 게 아니었나?" 가르도가 물었다. 도끼를 들며.
"맞아." 노엘이 말했다. 잔해에 깔린 병사의 출혈 부위를 누르며. 돌아보지 않고. "지금도 죽이고 싶어."
"그런데 등을 돌려?"
"저 사람들은 내 동료야."
"치료에 집중해." 미라가 말했다. "이쪽은 우리가 한다."
세 사람이었다.
미라는 새 방패 받침으로 길목을 고정했다. 가르도의 돌진을 정면으로 받지 않았다. 옆으로 흘렸다. 도끼가 방패 면을 타고 미끄러져 돌바닥을 찍었다. 돌이 깨졌다. 가르도가 도끼를 뽑았다. 다시 돌진했다. 미라는 흘렸다. 한 팔로. 받침이 땅에 박혀 있었다. 그녀는 벽이었다. 벽은 밀리지 않고 흘렸다.
에반은 반격하고 싶은 욕심을 줄였다. 가르도의 빈틈이 보였다. 도끼가 바닥을 찍을 때마다 옆구리가 열렸다. 거기를 베면 됐다. 그는 베지 않았다. 베려고 들어가면 자기 자리가 비었다. 그의 자리는 노엘 앞이었다. 그는 노엘에게 향하는 공격만 끊었다. 가르도의 부하들이 성벽을 넘어왔다. 노엘 쪽으로 가려는 것들. 에반이 막았다. 흘리고, 베고, 다시 자리로.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세드는 도끼에 걸린 화염 마법을 정박으로 멈췄다. 도끼날이 붉게 달아 있었다. 마법이었다. 세드가 그것을 보았다. 네 박자. 도끼의 불이 멎었다. 그 사이 미라가 도끼 자루를 밀어냈다. 가르도의 손에서 도끼가 흔들렸다. 에반이 그 순간 들어갔다. 딱 한 번. 자기 자리에서 한 걸음. 도끼 자루를 베었다. 종 조각이 매달린 그 자리를. 자루가 갈라졌다. 종 조각이 떨어졌다.
가르도는 항복하지 않았다. 반쪽 도끼로 싸웠다. 끝까지. 미라가 흘리고, 에반이 베고, 세드가 얼렸다. 그는 쓰러졌다. 대피소 앞마당에. 종 조각 옆에.
노엘은 마지막 환자의 상처를 묶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잔해 아래 다섯. 셋은 살았다. 둘은 그녀가 닿기 전에 죽어 있었다. 그녀는 셋을 묶었다. 렌이 그 셋 중에 있었다. 다리가 깔렸고, 창은 부러졌고, 눈은 뜨고 있었다. 노엘이 그의 다리를 묶을 때 그가 말했다. "앞을 안 봤는데요. 돌이 위에서 왔어요." 노엘은 "말하지 마. 숨부터 쉬어"라고 했다. 렌은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일어섰다. 가르도에게 걸어갔다. 쓰러진 가르도에게. 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손가락을 목에 대고. 그리고 종 조각을 집었다. 바닥에서. 손바닥에 놓고 보았다. 문양이 있었다. 고향의. 그녀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부상자에게 돌아갔다.
후련함이 있었다. 슬픔도 있었다. 둘은 함께 남았다. 그녀는 그것을 나누지 않았다. 나눌 수 없었다. 같이 있는 것이었다.
에반은 그것을 보았다. 노엘의 등을. 가르도에게서 돌아서는 등을. 두 번째였다. 한 번은 복수를 두고 돌아선 등, 한 번은 복수가 끝난 뒤 돌아선 등. 같은 등이었다.
로가드는 왕국 기병대와 싸우고 있었다.
북문 밖. 평원에서. 그의 부대 삼백. 왕국 기병 오백. 그는 밀리고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동문이 뚫리지 않았으므로 발테르의 계획은 어긋났다. 동문이 뚫리면 로가드가 북문을 치고, 왕도는 양쪽에서 무너질 것이었다. 동문은 뚫리지 않았다. 한 팔의 기사가 막고 있었다.
발테르는 지체하는 자기 군대가 남아 있는 대로에 마법 화염을 퍼부었다.
성벽 밖에서. 검을 들어. 협곡에서 본 그 검격. 검은 충격파가 아니라 불이었다. 왕도 북쪽의 큰길. 거기에 로가드의 부대가 있었다. 왕국 기병도 있었다. 주민도 있었다. 발테르는 가리지 않았다. 길이 불탔다. 집이 불탔다. 양쪽 다.
"중지해 주십시오!" 로가드가 외쳤다. 불 속에서. 발테르를 향해. "제 부하들이—"
"살아남으면 새 병사를 주마."
로가드는 처음으로 명령을 거부했다.
그는 불 속으로 들어갔다. 부하를 꺼내러. 명령은 왕도를 치는 것이었다. 그는 치지 않았다. 그가 구하려는 마족 병사들과 노엘의 환자들이 같은 불 속에 갇혀 있었다. 대피소에서 북쪽 대로로 옮겨진 부상자들. 미라가 그것을 알았다. 동문에서 북쪽 대로까지 달렸다. 받침을 뽑고. 에반이 따랐다. 세드가. 노엘은 남았다. 대피소에. 환자가 있었다.
불타는 대로 앞에서 에반은 로가드를 만났다.
갑옷이 그을려 있었다. 방패가 반쯤 녹아 있었다. 그는 혼자였다. 부하들은 불 속에 있었다. 그는 에반을 보았다. 검을 들지 않았다.
"이 길만 열어 다오. 내 부하들이 안에 있다."
"당신들이 이 전쟁을 시작했잖아."
"그렇다."
"오늘 돕는다고 그게 없어지진 않아."
"그것까지 달라고 하지 않았다."
에반은 그를 보았다. 협곡에서 미라의 팔을 꺾은 충격파는 발테르의 것이었다. 로가드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가드는 거기 있었다. 그 편에. 에반은 검을 쥐고 있었다. 베고 싶었다. 베어야 했다. 적이니까. 그런데 로가드는 검을 들지 않았다.
미라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불길을 방패로 밀어냈다.
받침을 박지 않고. 한 손으로. 방패 면으로 불을 밀었다. 길이 열렸다. 잠깐.
"말은 살아서 해. 오른쪽 길, 네가 맡아."
로가드는 미라를 보았다. 방패를. 협곡에서 반으로 갈라진 것이 아닌, 새것을. 한 손으로 든 것을. 그는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그리고 오른쪽 길로 갔다. 네 사람—셋—은 왼쪽 길로 갔다.
세드가 번지는 마법 불길을 정박으로 멈췄다. 불은 마법이었다. 발테르의. 정박이 통했다. 네 박자. 그 사이 에반이 무너진 문을 열었다. 성검으로 빗장의 마법을 끊고. 미라가 사람을 업어 냈다. 한 사람씩. 한 손으로. 불이 다시 번지면 세드가 다시 멈췄다. 네 박자. 네 박자. 그는 일곱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넷이면 됐다. 넷을 열 번 했다.
양쪽에서 사람이 나왔다. 사람과 마족이. 왼쪽 길에서 왕국 사람이, 오른쪽 길에서 로가드의 병사가. 대로 끝에서 두 길이 만났다. 로가드가 거기 서 있었다. 부하 스물을 데리고. 삼백 중 스물. 그는 에반을 보았다. 에반은 그를 보았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가드는 퇴각 신호를 올렸다. 뿔피리. 길게. 남은 마왕군이 북쪽으로 물러났다.
왕국군이 추격하려 했다. 기병이 말에 올랐다. 장군 하나가 외쳤다. "쫓아라! 지금!" 북문이 열렸다. 미라가 거기 있었다. 문 앞에. 한 손으로 방패를 들고. 기병 앞에.
"멈추십시오."
"비켜라, 기사. 지금 쫓으면 끝낸다."
"끝내지 못합니다. 마왕성까지 한 달입니다. 기병 오백으로."
"그렇다고—"
"대로에 부상자가 삼백입니다. 주민 이백. 병사 백. 지금 치료 안 하면 밤에 반이 죽습니다." 미라는 방패를 내리지 않았다. "쫓을 병력으로 부상자 나르십시오. 마왕은 안 도망갑니다. 성에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갈 때까지."
장군은 그녀를 보았다. 한 팔의 기사. 동문을 막은. 그는 동문이 뚫리지 않은 것을 알았다. 누가 막았는지도.
"……우리가?"
"넷이요. 성 뒤로 들어가는 길을 압니다. 그 길까지 갈 보급과, 정면을 붙들 병력이 필요합니다."
장군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병들이 말 위에서 기다렸다. 대로에서 비명이 들렸다. 부상자들의. 장군은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내려라. 부상자 먼저."
기병들이 말에서 내렸다. 미라가 방패를 내렸다. 장군이 그녀 옆을 지나며 말했다. 작게.
"내일 아침에 지도를 가져와. 보급로부터 보자."
"감사합니다."
"넷이라고 했나."
"넷입니다."
장군은 더 묻지 않았다. 대로로 갔다. 부상자에게. 미라는 북문 앞에 서 있었다. 혼자. 한참. 그러다 받침을 뽑았다. 박은 줄도 몰랐는데 박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아주 조금. 아무도 못 보는 데서.
장군들은 들었다. 발테르는 마왕성으로 철수했다. 군대를 반쯤 잃고. 왕도는 지켜졌다.
무기를 왕국군에 맡기기 전, 로가드는 에반에게 말했다.
"발테르는 방어가 뚫릴 때마다 왼쪽으로 검을 끌어당긴다. 버릇이다."
"왜 알려 줘."
"그가 내 부하를 태웠다." 로가드가 말했다. "그것이 이유다. 다른 이유는 없다."
에반은 그 말을 협곡에서 본 검격과 연결했다. 능선 위에서, 화룡을 꿇리던 그 한 번. 검이 내려온 뒤 왼쪽으로 당겨졌다. 그는 그것을 보았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적의 말만 믿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본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가드는 검을 왕국 병사에게 건넸다. 방패도. 그리고 포로 행렬 쪽으로 걸어갔다. 혼자.
포로 치료소는 동문 안쪽에 세워졌다.
왕국군이 잡은 마왕군 포로들. 다친 것들. 노엘이 거기 있었다. 전투가 끝나고 반나절이 지났다. 그녀는 환자를 가리지 않았다. 왕국 병사, 주민, 마족 병사. 순서는 상처의 깊이였다.
마족 병사 하나가 가장 깊었다.
로가드의 부하. 불에서 끌려 나온 스물 중 하나. 화상이 등 전체였다. 그는 엎드려 있었다. 숨이 거칠었다. 노엘은 그 앞에 섰다. 손을 들었다. 들다가 멈췄다. 손이 거기서 멈춰 있었다. 그의 갑옷에 문장이 없었다. 로가드의 부대는 문장을 달지 않았다. 그래도 멈췄다. 마족이었다. 침공한 쪽. 마을을 태운 쪽. 가르도는 죽었다. 이 사람은 가르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손이 멈췄다.
다른 치유사가 옆에 있었다. 왕도의 치유사. 늙은 여자. 그녀가 노엘의 손을 보았다.
"내가 할까."
노엘은 손을 보았다. 멈춘 손을. 수도원에서는 혼자였다. 멈추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했다. 지금은 옆에 사람이 있었다.
"……네. 이 사람은."
늙은 치유사가 마족 병사에게 갔다. 노엘은 다음 환자에게 갔다. 왕국 병사. 팔. 그녀는 그 팔을 묶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혼자 다 해야 올바른 것이 아니다. 할 수 없는 것을 넘기는 것도 치료다. 그 생각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미라에게 말하지 않았다. 미라가 한 손으로 방패를 드는 법을 만든 것과 같은 것이었다. 둘 다 알았다. 말하지 않아도.
늙은 치유사가 마족 병사를 다 묶고 왔다.
"살겠어."
"……네."
"자네, 손 떨리더라."
"압니다."
"다음엔 떨려도 하게 될 거야. 아니면 또 나한테 넘기든가. 둘 다 돼."
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된다. 그녀는 그 말을 오래 가졌다.
그리고 거기서 어린 적병을 보았다.
수도원에서 살렸던 병사. 돌에 깔렸던. 가르도의 문장을 달았던. 성채에서 왕도로 옮겨진 것이다. 다리는 나아 있었다. 절뚝였지만 걸었다. 그는 물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포로들을 위해. 시켜서인지 자기가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는 노엘을 보았다. 멈췄다. 노엘도 그를 보았다.
둘은 긴 화해를 하지 않았다.
"깨끗한 천 있어?"
병사는 천을 가져왔다. 물동이를 내려놓고, 상자에서 꺼내서. 노엘에게 건넸다. 노엘은 받았다. 둘 다 천을 보았다. 서로를 보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노엘은 천으로 다음 환자의 팔을 묶었다. 병사는 물동이를 들었다. 에반이 치료소 입구에서 그것을 보았다. 그는 노엘에게 가지 않았다. 갈 필요가 없었다. 대신 대피소로 갔다. 아이들이 있었다. 대여섯. 살아 있었다. 그는 성검을 꺼내 보여 주었다. 약속대로. 아이들이 만져 보았다. 날은 만지지 못하게 했다. 손잡이만. 닳은 가죽. 아이들은 "낡았네" 하고 말했다. 에반은 "그래" 하고 말했다.
그날 밤 네 사람은 빵을 먹었다. 승전 만찬. 딱딱한. 미라가 그 이름을 다시 불렀다. 에반은 이를 조심했다. 세드가 사탕을 꺼내 하나씩 나눴다. 노엘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종 조각이 거기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빵을 먹었다. 한 손으로.
왕국은 북쪽 길을 열기로 했다. 다음 날. 장군들이 결정했다. 다친 사람을 남겨 두고 달려가는 추격이 아니라, 보급 수레와 치료소를 갖춘 진군이었다. 무너뜨린 감옥 요새를 중간 보급소로 쓸 수 있었다. 길목의 잔존 병력은 군대가 맡고, 성 안에는 넷이 들어갈 것이다. 마왕은 살아 있었고 다시 올 것이었다. 끝내야 했다. 넷이라고 장군들은 말했다. 네 사람이라고. 에반은 그 말을 들었다. 용사라고 하지 않았다. 네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