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다시 배우는 하루
헤른은 안개가 많은 마을이었다.
산속에 있었고, 집은 스무 채가 안 됐고, 사람들은 묻지 않았다. 다친 기사와 마법사와 치유사와 소년이, 그리고 포로 서른 명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빈집 둘을 내주고 약방 위치를 알려 주었을 뿐이다. 포로들은 이틀을 쉬고 남쪽으로 떠났다. 수비대 성채로. 미라의 통행증을 들고. 미라는 그들을 보내며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네 사람은 남았다.
이야기는 거기서 잠깐 속도를 늦췄다.
약초를 구했다. 노엘이 산을 돌며 캤고, 에반이 따라다니며 바구니를 들었다. 장작을 팼다. 에반이 팼다. 세드는 쌓았다. 망가진 장비를 고쳤다. 마을 대장장이가 있었고, 에반은 그 대장간에서 아버지의 냄새를 맡았다. 쇠와 숯과 땀. 그는 거기서 반나절을 보냈다. 대장장이는 그가 망치를 잡는 것을 보고 "배운 손이군" 하고 말했다. 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에반은 미라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부탁한 것은 하나뿐이었다. 마당에 물동이를 놓아 달라는 것.
"물동이요?"
"마당에. 하나."
에반은 물동이를 가득 채워다 놓았다. 우물에서 길어서, 넘치게. 미라는 그것을 오른손으로 들어 보려다 내려놓았다. 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만."
다음 날 그는 반만 채웠다. 그녀는 들었다. 오른손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그는 그것을 보며 배웠다. 쓸데없이 크게 채우지 않는 법을. 그녀가 들 수 있는 만큼만 담는 법을. 그것이 그가 헤른에서 배운 첫 번째였다. 그는 그것이 수련이라는 것을 몰랐다. 물동이를 반만 채우는 것이.
브란은 마을 끝에 살았다.
다렌을 가르쳤던 은퇴 검사. 일흔이 넘었고, 한쪽 눈이 멀었고, 아직도 아침마다 검을 휘둘렀다. 마을 사람들이 알려 주었다. 용사의 스승이 저 집에 산다고. 에반은 그 말을 듣고 하루를 망설였다. 다렌의 스승. 다렌을 가르친 사람.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스승님이 죽었습니다. 제가 더 강했으면. 그는 그 말을 하러 갔다.
브란은 마당에서 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나무 막대. 검 대신. 에반이 문 앞에 섰을 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렌 제자냐."
"……네."
"들어와."
에반은 들어갔다. 브란은 막대를 내려놓고 집 안으로 들어가 낡은 공책을 꺼내 보였다. 다렌의 수련 기록. 브란이 쓴 것. 다렌이 열다섯부터 스물까지 이 마을에서 배운 다섯 해의 기록. 에반은 그것을 펼쳤다. 글씨가 작고 삐뚤었다.
'동료가 비켜 줄 거라고 생각하고 뛰었다가 셋이 다쳤다.'
에반은 그 줄을 읽고 잠시 안도했다. 스승도 같은 잘못을 했다. 스승도 저랬다. 열일곱의 다렌이. 혼자 뛰었다. 셋이 다쳤다. 자기와 같았다. 그 안도는 따뜻했다.
"잘못이 흔하다고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브란이 말했다.
안도는 사라졌다.
"그때 다친 셋 중 하나가 나다." 브란은 자기 눈을 가리켰다. 먼 눈. "이거."
에반은 공책을 내려놓았다.
브란은 그를 혼내지 않았다. 혼낼 것이 없다고 했다. 이미 혼났으니까. 세상이 혼냈으니까. 대신 수련을 시켰다. 다음 날 아침부터.
브란의 수련은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받아흘리는 것이었다. 한 손에 양동이, 한 손에 검. 브란이 막대로 친다. 세게 맞부딪치면 물이 쏟아진다. 너무 피하면 뒤에 세워 둔 허수아비가 맞는다. 허수아비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브란은 "저게 네 동료다"라고 했다.
에반은 물을 쏟았다. 첫날 내내. 세게 쳐서 쏟았고, 피하다가 허수아비를 맞혔고, 다시 세게 쳐서 쏟았다. 양동이를 채우고, 쏟고, 채우고. 우물까지 서른 번은 오갔다. 브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막대만 휘둘렀다. 둘째 날도 쏟았다. 셋째 날 오후, 비가 왔다. 브란은 멈추지 않았다. 에반은 젖은 채 양동이를 들었다. 막대가 왔다. 그는 검을 댔다. 막대가 검을 타고 흘렀다. 물이 흔들렸다. 쏟아지지 않았다. 허수아비는 맞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뒤에 누가 있는지를 보면서 검을 움직였다.
"그거다." 브란이 말했다. "한 번 됐다고 된 게 아니야. 백 번."
세드가 허수아비에 자기 외투를 입혀 놓은 것은 그 셋째 날이었다. 아침에 에반이 나왔을 때 허수아비가 단추 하나 다른 외투를 입고 서 있었다. 세드는 처마 밑에 앉아 있었다.
"뭐예요, 저거."
"동료라며. 옷은 입혀야지."
에반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에반이 너무 피해서 허수아비가 맞았고, 양동이가 그쪽으로 기울었고, 외투는 흠뻑 젖었다. 세드가 처마 밑에서 신음했다. 브란은 웃지 않았다.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스승님도 처음엔 못했어요?" 비 오는 오후, 에반이 물었다. 양동이를 내려놓고.
"너보다 더 떠들었지." 브란이 말했다.
"그건 믿기 어렵군요." 세드가 젖은 외투를 짜며 말했다.
"그럼 저도 언젠가……"
"다렌이 될 생각이면 그만해라." 브란이 잘랐다. "그 녀석은 다렌 하나로도 충분히 시끄러웠어."
에반은 양동이를 다시 들었다.
마을 대장장이는 미라에게 작은 방패를 권했다.
가볍고, 한 손으로 되는 것. 팔뚝에 끈으로 묶는 둥근 방패. 미라는 받아들였다. 침상에서 일어난 지 나흘째였다. 왼팔은 부목에 묶여 가슴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작은 방패를 들고 마당에 섰다. 기본 동작부터 연습했다. 들고, 내리고, 돌리고. 에반이 멀리서 보았다. 미라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큰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데서 멈췄다.
"이걸로는 돌진을 못 막아." 그녀가 말했다. 방패를 내려놓으며. "늑대도 못 막아. 오우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럼 큰 방패를 어떻게 들어요." 노엘이 말했다. 마당 끝에서 약초를 널며. "왼팔이 없다고 치고."
"없다고 치고?"
"없다고 치고요. 있으면 좋고."
미라는 노엘을 한참 보았다. 그리고 큰 방패를 가져오라고 했다. 협곡에서 반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가 새로 만든 것. 둘은 하루 종일 그것을 설계했다. 큰 방패를 오른손과 어깨끈으로 세우고, 밑부분에 쇠 받침을 달아 땅에 박는 방식. 서면 벽이 된다. 받침을 박으면 한 손으로도 돌진을 받을 수 있다. 미라가 그려 보이고 노엘이 고치고 대장장이가 만들었다. 에반은 대장간에서 쇠를 달궜다. 받침은 에반이 두드렸다. 그는 그것을 미라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 중에는 취약했다. 받침을 박으면 움직일 수 없고, 받침을 뽑으면 벽이 아니었다. 파티가 어디로 움직일지를 먼저 정해야 했다. 미라가 설 자리를 먼저 정하고, 나머지가 그 자리에 맞춰 움직이는 것. 그것은 미라가 하던 방식과 반대였다. 그녀는 늘 남들이 가는 곳에 맞춰 섰다. 이제는 남들이 그녀에게 맞춰야 했다.
"……싫은데." 미라가 말했다.
"뭐가요."
"남이 나한테 맞추는 거."
"그럼 안 싸우면 돼요."
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받침을 땅에 박았다. 쇠가 흙에 들어가는 소리. 그녀는 방패 뒤에 섰다. 에반이 멀리서 보았다. 벽이었다.
그녀는 치료와 운동을 이어 갔다. 매일. 노엘이 정한 대로. 손가락을 쥐었다 펴고, 팔을 들었다 내리고. 손가락 둘은 움직였고 셋은 움직이지 않았다. 감각이 돌아오리라는 거짓 약속은 듣지 않았다. 노엘은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 하나가 "곧 나을 거예요" 하고 말했을 때 미라는 "고맙습니다"라고 했고, 노엘은 그 사람이 간 뒤에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에요"라고 했다. 미라는 "알아"라고 했다.
새벽마다 미라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노엘이 정한 것이었다. 해 뜨기 전. 마당에서. 왼손. 부목을 풀고. 쥐고, 펴고. 쥐고, 펴고. 손가락 둘은 움직였고 셋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셋을 움직이려고 하면 팔꿈치가 울었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노엘이 옆에 앉아 세었다. 열. 스물. 서른.
"오늘은 여기까지."
"더 할 수 있어."
"더 하면 내일 못 해요."
미라는 손을 내렸다. 노엘이 부목을 다시 댔다. 둘은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해가 떴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걔한테 화나." 미라가 말했다. 갑자기.
"에반 씨요."
"응. 걔가 뛰어서 이렇게 됐어. 내가 안 막았으면 걔가 죽었고. 그래서 막았고. 그래서 이렇게 됐고."
"후회해요?"
"아니. 다시 그래도 막아."
"그런데 화나고요."
"그런데 화나." 미라는 손을 보았다. "둘 다야. 막은 것도 나고 화난 것도 나야."
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수도원에서 어린 병사를 묶은 것도 자기고, 그 문장을 보고 돌아선 것도 자기였다. 둘 다였다.
"걔한테 말했어요?"
"미안하다는 말은 아프다고 했어. 그 말 들으면 내가 걔를 용서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 안 되는데."
"그럼 뭐라고 해요."
"물동이 갖다 놓으라고 했어."
노엘이 웃었다. 작게. 미라도. 아주 조금.
"반만 채워 오더라. 어제부터."
"가르쳤어요?"
"아니. 한 번 쏟는 거 보더니."
노엘은 마당 끝을 보았다. 거기 물동이가 있었다. 반쯤 찬. 에반이 새벽에 갖다 놓은 것. 그는 아직 자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벌써 브란의 집에 갔거나.
"저 애, 뭘 배우긴 하네요." 노엘이 말했다.
"느려."
"그래도요."
미라는 물동이를 보았다. 한참. 그러다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들었다. 집 안으로. 노엘은 뒤에서 그것을 보았다. 한 팔로 물동이를 든 등을. 그녀는 생각했다. 저 사람은 자기한테 화나고 걔한테 화나고, 그런데 물동이는 든다. 그것이 화를 내는 방식이었다. 들면서 내는.
장터는 닷새에 한 번 섰다.
헤른 같은 산골에도 장은 섰다. 행상이 올라와 소금과 바늘과 소식을 팔았다. 에반과 노엘이 약값을 치르러 갔다. 노엘이 쓰는 약초 중에 산에서 안 나는 것이 있었다.
행상이 북쪽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북쪽 요새. 포로. 마왕군. 그러다가 가르도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도끼 든 장군. 마을을 태우는.
약값을 치르던 노엘이 동전을 두 번 잘못 셌다.
한 번. 다시. 그녀는 동전을 손바닥에 놓고 세었고, 틀렸고, 다시 세었고, 틀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행상은 눈치채지 못했다. 에반은 눈치챘다. 처음으로 그녀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수도원에서 붕대를 떨어뜨렸을 때도 그 이름이었다. 그는 그것을 기억했다. 묻지 않았다. 묻고 싶었다. 왜 그러냐고. 그러나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왜 안 될 것 같은지는 몰랐다.
대신 행상이 자리를 뜰 때까지 옆에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노엘이 동전을 세 번째 셀 때,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행상에게 주었다. 노엘이 그를 보았다. 에반은 행상을 보고 있었다. 행상이 떠났다. 노엘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손이 멎어 있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안 물어봐서."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의 상태를 먼저 보는 일이 그에게는 아직 낯설었다. 그러나 그는 그날 그것을 한 번 했다. 자기도 모르게. 물동이를 반만 채우는 것처럼.
"이젠 제가 지켜 드릴게요."
에반이 그렇게 말했을 때, 미라는 방패를 내려놓았다.
마당이었다. 그녀는 받침을 박고 방패 뒤에 서 있었고, 에반은 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길이었다. 양동이의 물은 반쯤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말을 하려고 사흘을 준비했다. 미라가 다친 뒤로 그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아프다고 했다. 그러니 다른 말. 앞으로의 말. 지켜 드릴게요. 그것이 그가 찾은 말이었다.
미라는 방패를 내려놓았다. 받침이 땅에서 뽑혔다.
"내가 필요한 건 역할을 빼앗는 보답이 아니야. 약속을 지키는 동료야."
"……네."
"지켜 준다는 건 내 자리를 네가 서겠다는 거잖아. 나는 내 자리에 설 거야. 한 팔로. 네가 할 일은 그 옆에서 네 자리에 서는 거고."
"네."
"신호를 정하자." 미라가 방패를 두드렸다. 둥, 둥. 쇠 소리. "두 번이면 물러나. 세 번이면 옆으로 한 걸음. 이유는 나중에. 먼저 움직여."
"왜 두 번이—"
"이유는 나중에라고 했어."
에반은 이유를 다 이해하기 전에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머리가 먼저 물었다. 왜. 왜 물러나지. 왜 옆으로. 미라는 대답하지 않고 두드렸다. 둥, 둥. 그는 물러났다. 둥, 둥, 둥. 옆으로. 그 다음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가 묻기 전에. 둥, 둥. 물러난다. 둥, 둥, 둥. 옆으로. 그것은 받아흘리기와 비슷했다. 생각하기 전에 손목이 풀려야 하는 것. 그는 그 비슷함을 느꼈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세드가 처마 밑에서 그것을 보았다. 둥, 둥. 둥, 둥, 둥. 그는 그 소리를 외웠다. 아무도 외우라고 하지 않았는데.
헤른 여관에 다렌의 외상이 있었다.
여관 주인이 말했다. 에반이 다렌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 조심스럽게. "그 양반, 외상이 좀 있는데." 에반은 얼마냐고 물었다. 주인은 장부를 가져왔다. 낡은 공책. 다렌의 이름 아래 줄이 길었다.
에반은 장부를 폈다. 처음에는 놀랐다. 금액이 컸다. 그 다음에 항목을 읽었다.
'수프 둘, 빵 넷 — 광부 두 사람 몫'
'술 한 병 — 사냥꾼 모를이 아들 태어난 날'
'저녁 식사 셋 — 길 잃은 순례자들'
'빵 여섯 — 다렌'
'수프 하나, 빵 둘 — 브란 영감 (영감은 모름)'
'빵 다섯 — 다렌'
'저녁 식사 — 마을 과부 집 아이들 넷'
'빵 일곱 — 다렌'
에반은 장부를 다 읽었다. 밀린 식사 값 대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사 준 음식이었다. 광부, 사냥꾼, 순례자, 과부의 아이들. 다렌은 헤른을 지날 때마다 여기 들러 누군가에게 밥을 사 주고 외상을 달았다. 돌아와서 갚을 생각으로. 그중 몇 번은 그냥 다렌이 많이 먹었다. 빵 여섯. 빵 다섯. 빵 일곱.
"빵 일곱 개를 혼자 먹었어요?"
"그 양반이 그랬지." 주인이 말했다. "자네도 그렇다던데."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대단한 비밀 유산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뭔가 다른 것을 기대했다. 스승이 남긴 것. 검술의 비급이나, 편지나. 실제 장부가 나왔다. 빵 일곱 개.
그는 외상을 갚았다. 자기 돈으로. 성채에서 받은 급료. 수도원에서 포로들이 준 것. 다 모아서. 모자랐다. 세드가 나머지를 냈다. 말없이. 돈주머니를 식탁에 놓고.
"……왜요."
"나도 저기 몇 줄 있어." 세드가 말했다. "'술 한 병 — 세드'. 못 봤어?"
에반은 장부를 다시 보았다. 있었다. 세 줄. 술 한 병 — 세드. 술 두 병 — 세드. 술 한 병 — 세드와 다렌.
"그건 당신 거잖아요."
"다렌이 달았어. 내가 마셨고."
둘은 외상을 갚았다. 주인은 장부에 줄을 그었다. 다렌의 이름 아래 전부. 에반은 그 줄을 보았다. 뭔가가 끝난 것 같았다. 아니, 정리된 것 같았다. 끝난 것과 정리된 것은 달랐다.
장작 패기 내기는 세드가 제안했다.
왜 제안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세드는 장작을 패 본 적이 없었다. 에반은 대장간에서 자랐다. 미라는 한 팔이었다. 노엘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세드와 에반이었다.
"지면 뭐예요?"
"지는 사람이 빵 굽기."
에반이 이겼다. 압도적으로. 세드는 도끼를 세 번 헛쳤고, 네 번째에 장작이 아니라 받침 나무를 쪼갰다. 미라가 마당 끝에서 그것을 보며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짧게. 한 번. 세드는 도끼를 내려놓고 "졌다"고 했다.
그래서 세드가 빵을 구웠다. 에반이 도왔다. 돕지 말았어야 했다.
둘 다 빵을 구워 본 적이 없었다. 다렌의 빵을 먹어 본 적은 있었다. 탄 것. 에반은 불을 세게 때면 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약하게 땠다. 세드는 반죽을 오래 치대면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래 치댔다. 한 시진. 반죽이 돌처럼 됐다. 그것을 약한 불에 넣었다. 두 시진. 꺼냈다. 겉은 희고 속은 날것이었다. 돌 같은 날것.
노엘이 그것을 보았다.
"……이게 뭐예요."
"빵." 세드가 말했다.
"안 탔네요."
"안 탔어요." 에반이 말했다. 자랑스럽게.
"익지도 않았는데요."
둘은 빵을 보았다. 노엘이 칼로 잘랐다. 안 잘렸다. 미라가 받침으로 쳤다. 갈라졌다. 안이 하였다. 반죽이었다.
"다렌은 태우기라도 했지." 미라가 말했다.
세드가 그 말에 웃었다. 에반도. 노엘은 빵을 들고 밖으로 나가 닭에게 주었다. 닭도 안 먹었다.
그날 저녁은 노엘이 했다. 수프. 미라가 이름을 붙였다. '복구'.
에반은 수프를 먹으며 생각했다. 다렌은 빵을 태웠다. 일곱 번. 그런데 빵 일곱 개를 먹었다. 태운 것과 먹은 것이 같은 수였다. 우연이었다. 그는 그 우연이 좋았다.
편지는 다렌의 옛 숙소에서 나왔다.
마을 위쪽, 산속의 폐허. 다렌이 젊을 때 브란에게 배우며 살던 오두막. 지붕이 반쯤 내려앉아 있었다. 세드가 혼자 거기 갔다. 왜 갔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갔다. 그리고 바닥의 널 밑에서 상자 하나를 찾았다. 다렌이 두고 간 것. 열쇠는 없었다. 세드는 짧은 주문으로 자물쇠를 녹였다.
상자 안에 편지가 있었다. 쓰다 만 편지. 에반에게 쓴 것이었다. 날짜가 있었다. 토벌대가 떠나기 전날.
'에반에게.
왜 너를 안 데려가는지 묻겠지. 너를 못 믿어서라고 들렸겠지. 사실은 내가 너를 잃는 게 무서웠다. 돌아오면 말로 하마.'
거기서 끝났다. 뒷장은 없었다.
세드는 그 편지를 들고 오두막 바닥에 오래 앉아 있었다. 다렌은 왜 이것을 여기 두고 갔을까. 왕도로 가는 길에 헤른을 지났다. 브란에게 인사하러 들렀다. 그때 썼을 것이다. 쓰다 말고. 돌아오면 말로 하마. 그래서 두고 갔다. 돌아올 거니까. 세드는 편지를 접었다.
그는 그 편지를 들고 수련장 뒤 계단으로 갔다.
에반이 거기 앉아 있었다. 해 질 녘. 수련을 마치고. 양동이가 옆에 있었다. 비어 있었다. 세드는 계단 아래 서서 편지를 건넸다. 에반이 받았다. 읽는 동안 세드는 말하지 않았다. 에반은 두 번 읽었다. 세 번. 다 읽은 뒤에도 편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세드는 그가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세드가 먼저 말했다.
"다렌은 바로 죽지 않았어. 다친 채로 철문까지 오고 있었어."
에반이 고개를 들었다.
"죽는 걸 봤다고 했잖아요."
"그 말부터 거짓말이었어. 문이 닫힌 뒤에는 못 봤어."
에반은 일어섰다. 편지가 손에 구겨졌다.
"계속해요."
"내가 문을 붙들고 있었고. 뒤에서 마물들이 왔어. 아직 몇 박자는 더 버틸 수 있었는데…… 내가 주문을 끊었어."
"스승님이 그러라고 했어요?"
"아니."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아니." 세드가 말했다. "내가 살려고."
에반이 계단을 내려왔다. 세드의 옷깃을 잡았다. 세드는 피하지 않았다.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럼 살릴 수 있었잖아!"
"모르겠어. 살아 나왔을지는 몰라. 하지만…… 내가 더 기다릴 수 있었다는 건 알아."
"왜 이제 말해요."
"네가 나를 그나마 필요한 사람으로 봐 주는 게, 좋았어."
에반은 손을 놓았다. 등을 돌렸다. 계단에 다시 앉지 않았다. 서 있었다. 편지를 들고.
"용서 못 해요. 지금은."
"그래."
"그래도 떠날 거면 먼저 말해요. 또 아침에 없어지지 말고."
"안 떠날게." 세드가 말했다. "그 말을 믿게 하는 건 내가 할 일이겠지."
세드는 나머지도 말했다. 마왕과의 싸움에서 다렌의 철검과 목걸이 줄이 끊어진 것을 보았다고. 퇴각로로 이동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검 조각과 목걸이를 주웠다고. 다렌은 뒤에 남아 추격을 막았다고. 유품을 가져왔다는 사실이 죽음을 목격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라움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자신을 덜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유품을 가져온 사람. 마지막을 지킨 사람. 그렇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에반은 듣고 있었다. 등을 돌린 채. 다 듣고 나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세드는 더 서 있지 않았다. 내려갔다. 안개 속으로.
에반은 계단에 혼자 남았다. 편지를 다시 폈다. 구겨진 것을 폈다. 사실은 내가 너를 잃는 게 무서웠다. 그는 그 줄을 읽었다. 열 번. 스무 번. 어두워져서 글자가 안 보일 때까지.
다음 날 에반은 세드와 말을 섞지 않았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세드가 앉으면 에반이 일어났다. 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노엘과 미라는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둘은 무슨 일인지 몰랐다. 묻지도 않았다. 미라는 세드를 한 번 보았고, 세드는 고개를 저었고, 미라는 더 보지 않았다.
그러나 수련장에 갔을 때, 세드가 또 허수아비에 외투를 입혀 놓은 것이 보였다.
단추 하나가 다른 외투. 허수아비에 걸려서. 안개 속에. 세드는 처마 밑에 없었다.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에반은 허수아비 앞에 서서 그것을 보았다. 동료라며. 옷은 입혀야지. 그는 그것을 외면하지 못했다. 외면하려고 했다. 양동이를 들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런데 입이 먼저 열렸다.
"그 외투 치워요. 젖어요."
세드는 담 뒤에 있었다. 거기서 나왔다. 에반을 보지 않고 허수아비에게 갔다.
"……알았어."
세드가 외투를 걷었다. 천천히. 에반은 그가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세드는 외투를 들고 담 뒤로 사라졌다. 에반은 그제야 양동이를 들었다. 브란이 막대를 들었다.
그날 수련에서 에반은 처음으로 물을 한 방울도 쏟지 않았다.
막대가 왔다. 검이 흘렸다. 막대가 왔다. 흘렸다. 허수아비는 한 번도 맞지 않았다. 양동이는 한 번도 기울지 않았다. 반 시진. 브란은 막대를 내려놓았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이 왜 다른지. 그는 에반을 한참 보았다. 먼 눈과 성한 눈으로.
"그거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용서는 아니었다. 에반은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세드에게 여전히 할 말을 했다. 외투 치우라고. 떠나라고도, 괜찮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 중간에서 며칠이 지났다. 세드는 처마 밑에 돌아왔다. 에반은 그것을 보고 못 본 척했다. 못 본 척하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은 달랐다. 그는 그 차이를 알았다.
밀렵꾼을 처음 만난 것은 산 위 약초밭에서였다.
노엘이 약초를 캐고 에반이 바구니를 들었다. 산 위쪽. 마을에서 한 시진. 거기서 사람 소리가 났다. 셋. 활을 메고. 쇠사슬을 들고.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노엘과 에반을 보았다. 에반의 검을 보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갔다. 빠르게. 산 위쪽으로.
"누구예요?"
"……모르겠어요." 노엘이 말했다. "마을 사람은 아니에요. 사슬이 이상해요."
이틀 뒤 그중 하나가 마을로 내려왔다. 다쳤다. 화상. 팔 전체. 그는 약방을 찾았고, 약방은 노엘을 불렀다. 노엘은 그를 보았다. 산에서 본 얼굴. 그녀는 화상을 치료했다. 묻지 않고. 치료가 끝난 뒤 물었다.
"뭐에 데었어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용 불이네요. 화상 모양이."
남자는 그녀를 보았다.
"사슬은 어디 걸었어요."
"……둥지에. 새끼한테."
"왜요."
"비늘. 어린 비늘이 비싸."
노엘은 붕대를 묶었다. 꽉. 남자가 소리를 냈다.
"그 사슬, 마법이죠."
"……그래."
"풀 줄 알아요?"
"모른다. 산 거다. 거는 법만 안다."
노엘은 붕대를 다 묶었다. 그리고 약방 주인에게 말했다. "약값 받으세요. 두 배로." 남자는 두 배를 냈다. 그리고 산을 내려갔다. 마을 밖으로. 다시 오지 않았다. 나머지 둘도.
그날 저녁 노엘이 넷에게 말했다. 용이 사슬에 묶여 있다고. 어린 용이. 세드가 산길에서 주운 사슬을 꺼냈다. 밀렵꾼들이 달아나며 두고 간 것. 그는 그것을 보았다. 오래.
"마법 사슬이야. 용을 묶는. 결속이야. 정박으로 멈출 수 있어. 잠깐."
"잠깐 멈춘 다음엔요." 미라가 물었다.
"끊어야지." 에반이 말했다. 성검을 보며.
"끊으면 용이 날뛸 텐데."
"날뛰는 건 지금이에요." 노엘이 말했다. "묶여서 날뛰는 거예요. 풀면 날아가요."
미라는 셋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 방패를. 받침을. 아직 한 번도 실전에서 안 쓴 것.
"……마을 쪽을 막아야 해. 용이 풀리면서 불을 뿜으면."
"미라 씨가요?"
"내가."
노엘이 미라를 보았다. 팔을. 미라는 노엘을 보지 않았다. 방패를 보았다.
"받침 박고 서 있는 것만. 움직이지 않을게."
"……서 있는 것만요."
"응."
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었다. 미라는 받아들였다. 그것이 미라가 다친 뒤 처음으로 싸움을 정한 날이었다. 자기가. 자기 방식으로. 노엘은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끄덕였다.
마을 뒤 용의 둥지에서 어린 용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즈음이었다.
밀렵꾼들이 걸어 놓은 마법 사슬 때문이었다. 산에서 용의 비늘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네 사람은 산길에서 그들을 몇 번 마주쳤다. 활과 사슬을 든 사람들. 싸움은 짧았다. 밀렵꾼들은 달아났고, 사슬 하나를 두고 갔다. 세드가 그것을 보고 "마법 사슬이야. 용을 묶는" 하고 말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사슬에 묶인 용은 날개를 치고 불을 뿜었다. 어린 용이었다. 말만 한. 그래도 용이었다. 불은 마을 쪽으로 번졌다. 숲이 탔다. 마을 사람들이 물을 날랐다. 죽일 수는 없었다. 어린 용이었고, 잘못한 것이 없었다. 묶인 것이 날뛰는 것뿐이었다. 사슬의 결속을 끊어야 했다.
"용은 안 돼요." 노엘이 말했다. 사슬이 남은 자리를 보며. "묶인 걸 풀면 돼요."
"풀면 날아가?" 미라가 물었다.
"날아가요. 묶여서 화난 거니까."
미라는 마을 방어선을 지휘했다. 새 방패를 받침째 땅에 박고, 거기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을 뒤에 두고. 용이 오면 그 앞에서 멈춰야 했다. 그녀는 그 자리를 골랐다. 숲과 마을 사이. 거기 서면 용이 마을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었다. 나머지 셋이 그녀의 자리에 맞춰 움직였다.
용이 왔다.
둥, 둥, 둥. 에반이 옆으로 한 걸음. 용의 앞발이 그가 있던 자리를 긁었다. 흙이 파였다. 그는 그것을 보고 알았다. 세 번의 뜻을. 옆으로 한 걸음은, 미라가 본 것을 그가 아직 못 봤을 때였다. 둥, 둥. 물러났다. 용의 꼬리가 지나갔다. 그는 머리로 알기 전에 몸으로 알았다.
세드가 네 박자의 정박을 걸었다. 사슬의 마법이 멈췄다. 사슬이 용을 당기던 힘이 멎었다. 용이 잠시 가만히 있었다. 에반은 세드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정박이 시작되면 그의 등 뒤를 한 번도 비우지 않았다. 세드 뒤에 섰다. 용이 그쪽으로 오면 막을 자리에. 세드는 그것을 알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알았다. 네 박자가 안정됐다.
"지금!" 노엘이 외쳤다. 용의 눈과 호흡을 보고 있었다. 숨을 들이쉬는 순간. 불을 뿜기 전에 용은 숨을 들이쉬었고, 그 순간은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 멈춰요. 지금 대요!"
에반은 사슬에 성검을 댔다. 한 호흡. 찌르지 않았다. 댔다. 사슬이 끊어졌다.
용은 날아갔다.
날개를 펴고, 한 번 울고, 산 너머로. 돌아보지 않았다. 나중에 최종전에 와서 도와주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만 용이 날아간 뒤, 용이 난동을 부리느라 막혀 있던 북쪽 고개가 열렸다. 돌이 치워지고 길이 보였다. 북쪽 요새로 가는 길.
네 사람은 불탄 숲 앞에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물을 날라 불을 껐다. 미라가 받침을 뽑았다. 처음으로 실전에서 쓴 것이었다. 한 팔로. 그녀는 방패를 보았다. 한참.
"……됐네." 그녀가 말했다.
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은 미라를 보았다. 미라는 에반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둥, 둥. 방패를 두 번 두드렸다. 아무 뜻 없이. 아니, 뜻이 있었다. 에반은 그 뜻을 몰랐지만 알 것 같았다.
떠나기 전에 에반은 브란에게 갔다.
마을 끝. 마당. 브란은 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아침마다 하듯이. 에반이 문 앞에 섰다. 브란은 돌아보지 않았다.
"가냐."
"네."
"양동이는."
"……두고 가요. 들고 못 가요."
"들고 가는 게 아니야. 들고 있는 거지. 여기." 브란은 막대로 자기 가슴을 쳤다. "물 쏟지 마라. 뒤에 누가 있는지 보고."
"네."
브란은 막대를 내려놓았다. 에반을 보았다. 먼 눈과 성한 눈으로.
"다렌한테 못 한 말이 있다."
에반은 기다렸다.
"그 녀석이 떠날 때. 열아홉에. 왕도로. 나는 '가라'고만 했다. 잘 가라고도, 조심하라고도 안 했다. 그냥 가라고. 그 다음에 스무 해를 못 봤다. 작년에 한 번 왔더라. 왕도 가는 길에. 하룻밤. 그때도 나는 '왔냐'고만 했다. 다음 날 '가냐'고만 했고."
"……스승님은요."
"'다녀오겠습니다' 했다. 열아홉 때랑 똑같이."
브란은 마당을 보았다. 허수아비를. 외투가 벗겨진.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안 왔어. 나는 '가라'고 했고." 그는 에반을 보았다. "너한테는 다르게 말하마. 늙어서 그런 거다. 잘 가라. 다녀와라. 꼭."
에반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깊이. 브란은 다시 막대를 들었다. 휘둘렀다. 에반이 문을 나설 때 뒤에서 막대 소리가 들렸다. 허공을 치는. 그것이 브란의 작별이었다. 다렌에게 못 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 에반은 그것을 받았다. 받아서 가져갔다. 들고 있는 것으로.
출발 전날 밤, 미라는 스스로 원정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저녁 자리였다. 넷이 한 식탁에. 세드가 앉았을 때 에반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냥 앉아 있었다. 세드를 보지 않고. 미라가 그것을 보고 말을 시작했다.
"간다. 요새로. 나도."
"팔은요." 노엘이 물었다.
"한 팔로 되는 거 봤잖아."
"통증은요."
"있어."
"계속 있을 거예요."
"알아."
노엘은 조건을 붙였다. 계속되는 통증을 숨기지 말 것. 매일의 회복 훈련. 손가락 쥐었다 펴기. 하루도 빼먹지 말 것. 통증이 심하면 말할 것. 미라는 받아들였다. 하나씩. 그리고 에반을 보았다.
"아직 너한테 화나 있어." 그녀가 덧붙였다.
"……네."
"그래도 간다."
"네."
에반은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입까지 올라온 말을. 노엘이 말한 것이 생각났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 그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다음 날 아침에 물었다. 짐을 꾸릴 때.
"방패 받침, 제 짐에 넣어도 돼요?"
미라는 그를 보았다. 받침은 무거웠다. 쇠였다. 에반이 두드린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몰랐다.
"그 정도는."
에반은 받침을 자기 짐에 넣었다.
그 전날 밤, 네 사람은 노엘이 숨겨 둔 잼을 발견했다. 에반이 발견했다. 약 상자 맨 밑에서. 노엘은 부정했다. "약이에요." 에반이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달아요." 세드가 중재했다. "약도 달 수 있지." 미라는 빵을 가져왔다. 결국 넷이 같이 먹었다. 빵에 잼을 발라서. 노엘은 가장 많이 먹었다. 자기 것이니까. 부상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농담거리가 아니었다. 잼은 농담거리였다.
"이거 이름 붙이자." 미라가 말했다.
"뭐라고요?"
"'압수'."
노엘이 미라를 노려보았다. 미라는 빵을 씹었다. 세드가 웃었다. 에반도. 노엘도 결국. 창밖에 안개가 깔려 있었고, 내일은 북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