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검을 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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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신 고원은 성채에서 북쪽으로 사흘이었다.

수비대 통행증이 있어야 지날 수 있는 길이었다. 미라가 받아 왔다. 성채장은 통행증을 내주며 "살아 돌아오면 반납하시오"라고 했고, 미라는 "반납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것이 작별 인사였다.

고원은 높고 넓고 바람이 많았다. 풀이 짧게 자랐고 나무는 드물었다. 멀리서 보면 평평해 보이는데 걸으면 오르막이었다. 순례길이 가로질러 나 있었다. 옛날에는 순례자들이 이 길로 별신전까지 갔다고 세드가 말했다. 별을 모시는 신전. 성검을 보관하는 곳. 지금은 수도원이 그 자리에 있었고, 수도원은 마왕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셋은 순례길을 피해 걸었다. 길에는 순찰대가 다녔다. 늑대 기병 둘, 보병 넷. 반 시진마다 한 번. 미라가 세어 두었다. 셋은 바위 뒤에 엎드려 순찰대를 보내고, 다음 순찰대가 오기 전에 다음 바위까지 갔다. 에반은 그것이 답답했다. 여섯이면 싸울 수 있었다.

"싸우면 돼요."

"싸우면 소리가 나." 미라가 말했다. "소리가 나면 다음 순찰대가 와. 그 다음 것도. 우리는 셋이야."

"그래도—"

"그래도 뭐."

에반은 입을 다물었다. 바위 뒤에서 세드가 사탕을 씹었다. 소리가 났다. 미라가 그를 노려보았다. 세드는 입을 다물고 사탕을 녹였다.

사흘째 저녁에 수도원이 보였다. 고원 가운데 솟은 언덕 위. 돌로 지은 건물 셋과 별 모양의 첨탑 하나. 첨탑 꼭대기에 마왕군의 검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창문에 불빛이 있었고, 마당에 늑대들이 묶여 있었다.

"지하에 사람을 가둔대." 미라가 말했다. "지하 입구는 뒤쪽. 묘지 쪽."

"어떻게 알아요?"

"포로였다가 도망친 사람이 성채에 왔어. 한 사람. 다리가 부러져서 더는 못 갔지만."

셋은 밤을 기다렸다.


밤이 왔다.

수도원 마당의 늑대들이 잠들었다. 창문의 불빛이 하나씩 꺼졌다. 망루에 보초 둘. 그들은 북쪽을 보고 있었다. 남쪽에서 누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쪽은 왕국이었고, 왕국의 용사는 죽었다.

셋은 묘지 쪽으로 돌아갔다.

수도원 뒤. 돌담 너머. 묘비가 줄지어 섰고, 그 끝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쇠문. 자물쇠. 마법 자물쇠였다. 세드가 손을 댔다. 짧은 주문. 자물쇠가 녹았다. 소리 없이. 그는 그것을 잘했다. 잠긴 것을 조용히 여는 것.

계단은 어두웠다. 세드가 지팡이 끝에 불을 켰다. 아주 작게. 손톱만 한 불. 그것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서른 계단. 마흔. 돌이 축축했다. 벽에 이끼. 그리고 계단 아래 복도. 복도 끝에 문. 문 앞에 보초 하나.

보초는 앉아서 졸고 있었다. 창을 무릎에 놓고.

미라가 손을 들었다. 멈추라는 뜻. 셋은 멈췄다. 미라는 보초를 보았다. 창을 보았다. 복도의 폭을 보았다. 문을 보았다. 에반은 그녀가 무엇을 재는지 알 것 같았다. 보초를 쓰러뜨리면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면 위에서 온다. 문은 하나. 복도는 좁다. 위에서 오면 여기 갇힌다.

"세드." 미라가 속삭였다. "소리 죽일 수 있어?"

"……잠깐은요."

"잠깐이면 돼."

세드가 주문을 외웠다. 복도의 소리가 사라졌다. 발소리도, 숨소리도. 에반은 자기 귀가 막힌 것 같았다. 미라가 보초에게 갔다. 소리 없이. 방패 모서리로 목 뒤를 쳤다. 보초가 쓰러졌다. 소리 없이. 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 없이. 세드가 주문을 풀었다. 소리가 돌아왔다. 횃불이 타는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 아무도 오지 않았다.

미라는 보초를 묶었다. 재갈을 물렸다. 복도 구석에 밀어 넣었다. 죽이지 않았다. 에반은 그것을 보았다.

"왜 안 죽여요."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적인데요."

"자고 있었잖아." 미라는 문의 자물쇠를 보았다. "세드."

세드가 자물쇠를 녹였다. 문이 열렸다. 냄새가 먼저 나왔다. 그 다음에 소리. 많은 사람이 숨 쉬는 소리. 에반은 문 안을 보았다.

그는 그날 밤 처음으로 '포로'가 무엇인지 보았다. 그 전까지 그것은 말이었다. 포로 집결지. 끌려간 사람들. 지금 그것은 냄새였고 소리였고 돌바닥에 앉은 사람들의 등이었다.


수도원 지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포로와 부상자. 끌려온 사람들과 끌려오다 다친 사람들. 축축한 돌바닥 위에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있었고, 횃불은 둘뿐이었고, 냄새가 났다. 피와 땀과 오래 씻지 못한 사람의 냄새. 에반은 그 냄새를 맡으며 셌다. 쉰 명. 예순 명. 더.

그리고 그 사이를 흰 옷을 입은 여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흙 묻은 장화. 걷어 올린 소매. 흰 옷이었던 것. 지금은 흰 데가 거의 없었다. 그녀는 한 사람의 상처를 묶고 다음 사람에게 갔다. 무릎을 꿇고, 보고, 묶고, 일어나고. 그 동작에 낭비가 없었다.

에반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자기가 누구이고, 왜 왔고, 어떻게 여기까지—

"물." 여자가 말했다. 고개를 들지 않고. "깨끗한 천. 있어요?"

"……네?"

"없으면 구해 와요. 모험담은 나중에."

에반은 물을 구해 왔다. 지하 통로 끝에 우물이 있었다. 세드가 찾았다. 에반이 양동이를 날랐다. 천은 미라가 자기 망토를 찢어서 주었다. 여자는 그것을 받고 "빨랐네요"라고 했다. 그것은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지만 칭찬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노엘이었다. 치유사. 이 수도원에서 약초와 신성 마법을 배웠다. 마왕군이 왔을 때 도망치지 않았다.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로들 틈에 끼어 환자를 돌보며 탈출할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오지 않았고, 환자는 늘었고, 그녀는 계속 묶었다.

"몇이나 걸을 수 있어요?" 미라가 물었다.

"반." 노엘이 말했다. "나머지 반은 업어야 해요. 그중 열은 업어도 안 돼요."

"안 되면?"

"여기 남아요. 내가 같이."

미라는 그녀를 보았다. 노엘은 미라를 보지 않았다. 환자를 보고 있었다.

"다 데려간다." 미라가 말했다. "방법을 찾아."

노엘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미라를 보았다. 한참.

"……방법이 있으면 진작 했어요."

"이제 우리가 왔잖아."

탈출을 서두르는 에반에게 노엘은 아이를 하나 맡겼다. 혼자 걷지 못하는 아이. 다리에 부목을 댄. 에반은 아이를 업었다. 검을 쥘 손이 하나 줄었다.

"저는 싸워야—"

"그럼 그 애는 누가 업어요?"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는 그의 등에서 가만히 있었다. 가볍지 않았다. 창고의 아이보다 컸다. 그는 검을 왼손에 쥐었다. 왼손으로는 벨 수 없었다. 막을 수만 있었다. 받아흘리기는 더더욱 안 됐다. 그는 처음으로 베는 것 말고 다른 것부터 해야 하는 자리에 섰다.


지하 묘지를 지나는 길이 유일한 탈출로였다.

수도원 지하는 두 층이었다. 위층이 감옥, 아래층이 묘지. 수백 년 전부터 수도사들이 묻힌 곳. 묘지 끝에 고원 아래로 이어지는 옛 순례자 통로가 있었다. 노엘이 알았다. 그녀는 이 수도원에서 자랐다.

포로 예순 명이 한 줄로 움직였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이 걷지 못하는 사람을 업고. 미라가 앞에, 노엘이 가운데, 세드가 뒤에. 에반은 노엘 옆에서 아이를 업고 걸었다. 횃불은 꺼야 했다. 세드가 지팡이 끝에 작은 불을 켰다. 그것만으로 묘지를 지났다. 벽에 뼈가 있었다. 선반처럼. 수백 년치 뼈.

그리고 위층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 많이. 포로가 사라진 것을 들킨 것이다. 가르도의 부관이었다. 그는 묘지로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뭔가를 외쳤다. 마법의 말이었다. 벽의 뼈들이 움직였다.

사령술이었다. 묘지의 뼈를 깨워 추격하게 하는 것. 수백 년치 뼈가 선반에서 쏟아져 내려 사람 모양으로 섰다. 하나, 둘, 열, 스물. 폐광의 해골과 달랐다. 폐광의 것은 남은 마법으로 흐느적거렸다. 이것들은 지금 막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 빨랐다.

"막아!" 미라가 외쳤다.

에반은 아이를 업은 채 뒤로 물러났다. 왼손의 검으로 막았다. 뼈 손이 검을 긁었다. 미라가 앞을 막았다. 방패로 밀고, 밀고, 밀었다. 뼈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났다. 세드는 짧은 주문을 던졌다. 얼음이 뼈를 붙잡았다. 뼈는 얼음을 깨고 나왔다. 포로들이 비명을 질렀다. 통로는 좁았다. 길이 없었다.

노엘이 앞으로 나왔다.

미라의 옆을 지나, 뼈들 앞에.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빛이 아니었다. 소리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종소리 같은, 그러나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리는. 뼈를 묶고 있던 사령술의 결속이 그 소리에 끊어졌고, 뼈들은 다시 뼈가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스무 구가 한꺼번에. 달그락거리며.

노엘은 손을 내렸다.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더 와요." 그녀가 말했다. 위층을 보며. "저 사람이 계속 깨울 거예요. 뼈는 많아요."

"그럼 어떡해." 미라가 말했다.

"이쪽." 노엘이 옆 통로를 가리켰다. "예배실에 성검이 있어요. 결속을 끊는 검. 부관이 쓰는 사령술도 결속이에요. 검으로 그 자리를 끊으면 더 못 깨워요."

성검. 에반은 그 말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별신전의 성검. 마법으로 맺은 결속을 끊는 검. 전설 속에서 용사가 뽑는 검. 다렌도 갖지 못했던 검. 그는 아이를 업은 채 노엘을 따라갔다.

포로들은 미라와 세드가 데리고 순례자 통로로 갔다. 통로 입구에 아이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이를 맡길 사람이 있었다. 중계 지점. 에반의 등이 비었다. 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그제야 손이 제 손 같았다.


예배실은 작았다.

묘지 옆, 돌을 파서 만든 방. 별 모양의 창이 천장에 있었고, 그 아래 제단이 있었고, 제단 위에 검집이 놓여 있었다. 금속 덮개가 씌워진 낡은 검집. 먼지가 쌓여 있었다. 마왕군은 이 방을 찾지 못했거나, 찾고도 관심이 없었거나.

에반은 그 앞에 섰다.

"제가 뽑아도 되나요?"

"뽑는 건 어렵지 않아요." 노엘이 말했다. "덮개를 먼저 여세요."

에반은 진지한 얼굴로 검집을 잡고 힘을 주었다.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더 힘을 주었다. 팔에 힘줄이 섰다. 이것이 시험인가. 자격이 있는 사람만 뽑을 수 있는가. 그는 이를 악물었다. 노엘이 옆에서 손을 뻗어 덮개의 걸쇠를 풀었다. 딸깍. 덮개가 열렸다. 검은 그냥 빠졌다.

작은 예배실에서 검집을 쥐고 힘주는 에반과, 옆에서 걸쇠를 풀어 주는 노엘
덮개를 먼저 여세요

에반은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얼굴이 뜨거웠다.

"전설이 아주 조용히 시작되는군." 세드가 말했다. 문가에서. 포로들을 보내고 돌아온 것이다.

"당신도 몰랐잖아요."

"그 검은 약속을 대신 지켜 주지 않아요." 노엘이 말했다. "들고 나가면 직접 지켜요."

에반은 검을 보았다. 무게는 보통 검과 다르지 않았다. 날은 오래됐고, 손잡이는 여러 사람의 손에 닳아 있었다. 가죽이 반질거렸다. 순례 기사들이 몇 번이고 썼던 무기. 성인만 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누구든 들 수 있었다. 다만 적의 움직임 속에서 칼날을 유지할 실력이 필요했다.

그것을 그는 아직 몰랐다. 그는 검이 가볍다고 생각했다. 수비대의 검보다 손에 맞았다. 그것만으로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저주받은 갑옷이 예배실 앞을 막았다.

부관이 보낸 것이었다. 사람 없는 갑옷. 안에 사령술이 들어차 저 혼자 움직이는 쇳덩이. 기사의 갑옷이었다. 수백 년 전 여기 묻힌 순례 기사의 것일지도 몰랐다. 투구 안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걸었다. 검을 들고.

에반은 성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베었다. 갑옷이 갈라졌다. 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갈라진 자리가 다시 붙었다. 쇠가 쇠로 흘러들 듯이. 또 베었다. 또 붙었다. 세 번. 네 번. 갑옷의 검이 그를 쳤다. 그는 막았다. 밀렸다.

"재생 마법이야." 세드가 외쳤다. "내가 멈출게. 균열이 생기면!"

에반이 베었다. 균열. 세드가 정박을 걸었다. 균열이 멈췄다. 붙지 않았다. 그대로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갑옷은 팔을 휘둘렀고 에반은 물러나야 했다. 균열에 닿을 수 없었다.

"팔은 내가 잡아." 미라가 방패째로 갑옷의 팔을 눌렀다. 벽에. "에반, 칼날 대!"

"어디에—"

"거기 말고." 노엘의 목소리. 그녀는 사령술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눈을 반쯤 감고. "왼쪽 가슴. 결속이 모인 데. 거기 대고 한 호흡 유지해요."

에반은 칼날을 댔다. 균열에. 왼쪽 가슴. 찌르고 싶었다. 깊이 박고 싶었다. 손목이 그렇게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노엘이 말한 것은 '대고 유지'였다. 그는 참았다. 하나. 둘. 숨을 한 번 쉬었다. 성검의 날이 균열 안의 무엇에 닿았다. 쇠가 아닌 것. 마법이 뭉친 것.

갑옷 안쪽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실이 끊어지는 소리를 백 배로 키운 것 같은. 쇳덩이가 무너져 내렸다. 투구가 굴렀다. 비어 있었다.

네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네 사람의 행동이 하나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세드가 멈추고, 미라가 잡고, 노엘이 가리키고, 에반이 댔다. 누구 하나가 빠졌으면 안 됐다. 에반은 그것을 느꼈다. 느꼈지만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는 성검을 보았다. 검이 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반만 맞았다.

위층의 부관은 더 이상 뼈를 깨우지 못했다. 그가 쓰던 결속의 자리가 갑옷과 함께 끊어진 것이다.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직접 내려왔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포로들은 순례자 통로로 들어가 있었고, 통로는 좁았고, 미라가 그 입구를 막았다.


탈출 직전이었다.

순례자 통로의 중간. 천장이 낮고 벽이 무른 곳. 위층에서 병사들이 뛰는 진동에 천장 일부가 무너졌다. 포로들은 다 지나간 뒤였다. 네 사람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돌 아래 사람이 하나 있었다.

마왕군의 어린 병사. 열대여섯쯤. 부관을 따라 내려오다 길을 잘못 들어 통로로 들어온 것이다. 돌에 깔려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갑옷에 부대 문장이 있었다. 늑대 머리에 도끼. 가르도의 부대.

노엘은 그 문장을 보았다. 그리고 지나치려 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돌아보지 않고.

에반이 그것을 보았다. 그는 아이를—다른 아이를, 통로에서 다시 업은 아이를—업은 채 잔해를 들어 올리려 했다. 힘이 모자랐다. 돌이 컸다. 세드가 도왔다. 둘이서 돌을 밀었다. 돌이 움직였다. 그러나 병사의 다리에서 피가 쏟아졌고, 그것을 다룰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노엘은 세 걸음째에서 멈춰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저 문장을 단 자들이 내 동생을 죽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벽을 보며.

"이 병사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몰라." 미라가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잖아요."

"그래." 미라가 말했다. "아무렇지 않을 필요 없어."

노엘은 한참 서 있었다. 통로 저편에서 포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층에서 병사들이 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알면서 서 있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

손이 병사의 다리로 갔다. 피를 눌렀다. 미라의 망토 조각으로 묶었다. 빠르게. 낭비 없이. 얼굴은 닫혀 있었다. 병사가 입을 열어 뭐라고 하려 했다. 고맙다고.

"말하지 마." 노엘이 말했다. "숨부터 쉬어."

잔해에 깔린 어린 적병 앞에 무릎 꿇은 노엘과, 아이를 안은 에반
숨부터 쉬어

병사는 숨을 쉬었다. 노엘은 묶기를 마치고 일어섰다.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순례자 통로는 길었다.

고원 아래로. 돌을 파서 만든 길. 수백 년 전 순례자들이 별신전까지 오던 길. 천장이 낮았다. 허리를 굽혀야 했다. 포로 예순 명이 그 길을 갔다. 한 줄로. 걷는 사람이 못 걷는 사람을 업고. 세드의 지팡이 불이 앞에서. 미라가 적병을 업고 가운데서. 노엘이 환자들 사이에서. 에반이 맨 뒤에서. 아이를 업고. 다시.

세드가 수를 셌다.

"쉰여덟. 쉰아홉. 예순." 그리고 멈췄다. "……예순 하나."

적병이었다. 미라의 등에서. 세드는 그를 세었다. 예순 하나. 에반은 그것을 들었다. 세드가 적병을 세는 것을. 포로 수에.

한 시진. 두 시진. 통로가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주저앉았다. 세드가 돌아와 무릎을 눌렀다. 숲에서처럼. 짧은 주문. 다시 앞으로. 에반은 맨 뒤에서 그것을 보았다. 숲에서 본 것과 같았다. 이 사람은 사람을 데리고 가는 법을 안다.

노엘이 에반 옆으로 왔다. 뒤로. 환자들을 다 보고.

"그 사람, 뭐예요."

"세드요?"

"도망쳤다면서요. 마왕성에서."

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엘은 세드를 보고 있었다. 저 앞에서 노인의 무릎을 누르는.

"도망친 사람 같지 않은데요."

"……도망쳤어요."

"그래도요."

에반은 그 말을 생각했다. 도망쳤다. 그래도. 둘 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그것이 둘 다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나만 맞아야 했다. 도망친 사람이거나, 아니거나. 노엘은 둘 다라고 했다. 그는 노엘을 보았다. 노엘은 이미 환자에게 돌아가 있었다.

통로 끝에 빛이 있었다. 새벽. 수비대 전초.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포로 예순 명이 빛으로 나갔다. 하나씩. 세드가 세었다. 예순. 예순 하나. 넷.


병사는 미라가 업고 나왔다. 왕국 수비대에 포로로 넘길 것이다. 고원 아래 순례자 통로 출구에 수비대의 전초가 있었다. 포로 예순 명과 적병 하나가 거기 인계됐다. 성채장이 보낸 병사들이 그들을 성채로 데려갈 것이다.

노엘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전초의 우물가에서 손을 오래 씻었다. 피는 진작 씻겼다. 그런데 계속 씻었다. 미라가 옆에 서서 기다렸다. 아무 말 없이. 노엘이 손을 멈출 때까지. 노엘은 손을 멈추고 미라를 보았다.

"왜 기다려요."

"같이 가야 하니까."

"내가 간다고 했어요?"

"아직."

노엘은 손을 털었다.

이튿날 수비대 전령이 왔다. 성채에서 온 소식. 가르도가 북쪽 요새에 있다는 것. 포로들을 모아 북쪽으로 보내는 이유가 거기 있다는 것. 요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몰랐다.

그 이름이 나온 순간 노엘은 감고 있던 붕대를 떨어뜨렸다.

병사의 팔에 감던 것이었다. 붕대가 풀리며 바닥에 굴렀다. 노엘은 그것을 보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보았다. 미라가 집어 주었다. 노엘은 받았다. 손이 멎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감았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노엘은 미라에게 동행을 청했다.

"원정대에 치유사가 필요할 거예요."

"그렇지."

"그 이유로 가는 거예요."

"알았어."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묻지는 않았다. 에반은 그 대화를 들었고, 다른 이유가 뭔지 몰랐고, 노엘이 떨어뜨린 붕대를 생각했다. 왜 떨어뜨렸는지도 몰랐다. 다만 그 이름이 나왔을 때였다는 것은 기억했다.

넷이 됐다.


고원을 내려가는 길에 에반이 세드에게 물었다.

"정박은 어떻게 배웠어요."

둘이 앞서 걷고 있었다. 미라와 노엘이 뒤에서. 노엘이 미라의 어깨를 보고 있었다. 돌다리 때부터 아팠던 것. 에반은 그 둘을 뒤에 두고 세드와 걸었다. 말을 섞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앞에 둘이 있게 됐다.

세드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왕도 마법원에서. 열다섯에."

"거기서 다 배워요?"

"다는 아니야. 나는 공격 마법이 안 됐어. 불도, 얼음도, 큰 건 안 됐어. 작은 것만. 동기들은 산을 태웠어. 나는 촛불을 켰고."

"그런데 왜 토벌대에—"

"정박 때문에." 세드는 앞을 보며 말했다. "그건 나만 됐어. 이상하게. 큰 마법을 못 쓰는 사람이 큰 마법을 멈추는 건 되더라고. 선생들이 그랬어. 힘이 없어서 흐름이 보이는 거라고. 힘이 있으면 흐름을 밀어 버리니까 못 보는 거고."

"그래서 스승님이 데려간 거예요?"

"다렌이 그랬어. '너 없으면 마왕 갑옷 못 연다.' 그래서 갔어."

에반은 그 말을 들었다. 너 없으면 못 연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문을 끊고 나왔다. 그는 그것을 생각했고, 말하지 않았다.

"일곱 박자는요. 왜 일곱이에요."

"그게 한계야. 마법원에서 쟀어. 여덟부터는 시전자가 못 버텨. 일곱이 끝이야. 나는 일곱이 됐어. 연습에서는."

"연습에서는."

"……연습에서는."

둘은 한참 말없이 걸었다. 고원이 끝나고 길이 내려갔다. 아래에 마을이 보였다. 장이 서는 마을.

"다섯 박자에서 끊겼잖아요. 다리에서."

"그래."

"화살 때문에."

"화살이 아니야." 세드가 말했다. "화살은 안 맞았어. 내가 화살을 봤어. 보니까 끊겼어. 늑대 때처럼. 뒤를 보면 끊겨. 앞만 보면 되는데."

"앞만 보면 왜 안 돼요."

"뒤에서 뭐가 올지 모르니까."

에반은 세드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뒤에서 뭐가 올지 알면 되는 것 아닌가. 누가 뒤에 있는지 알면. 그는 그 생각을 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직 그 말을 할 사이가 아니었다. 그 말을 하게 되는 것은 헤른에서였다. 세드의 등 뒤에 서면서.

"스승님은 정박 뒤에 뭘 했어요. 갑옷을 열면."

"베었어. 벌어진 틈을. 세게."

"됐어요?"

"안 됐어. 세게 베면 틈이 더 벌어지는데, 벌어지면서 내 정박이 밀려. 붙어 버려. 다렌은 그걸 세 번 했어. 세 번 다 붙었어."

에반은 성검을 생각했다. 등에 멘. 결속을 끊는 검. 세게 베면 안 되는 것을 그는 수도원에서 배웠다. 대고 유지. 그는 다렌이 그것을 몰랐을지 생각했다. 아니, 알았을 것이다. 브란에게 배웠으니까. 받아흘리기를. 세게 치지 않는 것을. 그런데 마왕 앞에서 세게 베었다. 왜. 그는 그 답을 아직 몰랐다. 협곡에서 알게 된다. 자기가 그렇게 하면서.

"이번엔 제가 벨게요."

"……그래."

"세게 안 베고요."

세드가 그를 보았다. 처음으로. 그 대화에서.

"그래."

마을이 가까웠다. 장터 소리가 들렸다.


작은 장터는 고원 아래 첫 마을이었다.

장이 서는 날이었다. 피난민이 늘어 장은 작았지만, 그래도 장이었다. 빵, 치즈, 신발, 밧줄. 네 사람은 처음으로 제대로 쉬었다. 여관에 방을 잡고, 목욕을 하고, 옷을 빨았다. 노엘의 옷이 다시 흰색이 됐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에반은 장터에서 성검에 달 장식을 보았다. 손잡이 끝에 다는 술. 붉은 것. 그는 그것을 집었다. 성검에 어울릴 것 같았다. 미라가 뒤에서 붙잡았다.

"신발부터 바꿔. 밑창 나갔어."

"신발은—"

"신발 없이 싸울 거야?"

에반은 신발을 샀다. 장식은 내려놓았다. 미라는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드는 여관값을 깎으려고 네 사람이 유명한 극단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왕도에서 온. 순회 공연 중인. 주인은 반신반의하며 값을 깎아 주었고, 대신 저녁에 공연을 요구했다. 손님들 앞에서. 세드는 그러겠다고 했다. 나머지 셋은 그 말을 듣고 세드를 보았다.

"뭘 해요?" 에반이 물었다.

"……뭐든."

미라는 카드 묘기를 시도했다. 카드가 바닥에 쏟아졌다. 손님들이 웃었다. 노엘은 에반이 훈련 중에 넘어지는 모습을 재연하자고 제안했다. 세드가 그 얘기를 했던 것이다. 세 번 넘어진 얘기를. 에반은 거부했다. 얼굴이 빨개졌다.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세드였다.

마법 없이 하는 형편없는 저글링. 사과 세 개. 두 개를 떨어뜨렸고, 하나는 자기 머리에 맞았다. 사람들이 웃었다. 배를 잡고. 세드도 웃었다. 머리를 문지르며. 에반은 그가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생각했다. 라움 이후로는. 아니, 그 전에도. 세드는 늘 농담을 했지만 자기 농담에 저렇게 웃지는 않았다.

장터 공연에서 사과 저글링에 실패하고 웃는 세드와 웃는 사람들
형편없는 저글링

노엘이 에반 옆에서 말했다.

"저 사람, 왜 저렇게 웃어요?"

"모르겠어요."

"뭔가 잊으려고 웃는 것 같은데."

에반은 노엘을 보았다. 노엘은 세드를 보고 있었다. 사과를 줍는 세드를.

공연이 끝나고 에반은 세드를 여관 뒤에서 찾았다.

세드는 우물가에 앉아 있었다. 사과를 하나 들고. 자기 머리에 맞은 것. 먹고 있었다. 에반은 옆에 섰다.

"왜 그렇게 웃었어요."

세드는 사과를 씹었다.

"다렌이 저글링을 잘했어."

"……스승님이요?"

"마법원 축제에서. 내가 못 하니까 다렌이 대신 했어. 사과 다섯 개. 하나도 안 떨어뜨렸어. 사람들이 박수 쳤어. 나한테. 다렌이 자기 이름 안 말하고 내 이름 말했거든. '세드가 시켰다'고."

에반은 그 이야기를 몰랐다. 다렌은 자기 이야기를 안 했다.

"그래서 웃었어요?"

"아니. 그래서 떨어뜨렸어. 다섯 개 들었는데 다렌이 생각나서. 손이 안 움직여서. 그런데 사람들이 웃더라. 떨어뜨리는 걸 보고. 그게……" 세드는 사과를 보았다. "그게 괜찮더라. 떨어뜨려도 웃어 주는 게."

에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드는 사과를 다 먹었다. 씨를 우물 옆에 뱉었다.

"너도 웃었어."

"……네."

"처음이야. 라움 이후로. 네가 웃는 거."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랬다. 라움 이후로 그는 웃지 않았다. 세드가 비명을 질렀을 때 폐광에서 웃었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냥 소리였다. 오늘은 웃었다. 세드가 사과에 맞는 것을 보고. 배가 아프게.

"내일 떠나요?"

"……응. 협곡으로."

"저글링 또 해요?"

"……왜."

"떨어뜨리는 거 또 보게."

세드는 에반을 보았다. 에반은 우물을 보고 있었다. 세드는 웃었다. 작게. 코로. 북문에서 검집이 문틀에 부딪혔을 때처럼.

그날 밤 여관에서 네 사람은 같은 방을 썼다. 침대가 둘, 바닥이 둘. 미라와 노엘이 침대, 에반과 세드가 바닥. 에반은 잠들기 전에 생각했다. 스승은 혼자 갔다. 아니, 다섯이 갔다. 그런데 혼자 남았다. 나는 넷이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 몰랐다. 세드는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자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노엘이 어둠 속에서 말했다.

"코 고는 사람 이름 적어 둘 거예요. 내일 약 줄 때 참고하려고."

"무슨 약요?" 에반이 물었다.

"아주 쓴 약."

아무도 코를 골지 않았다. 적어도 그날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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