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도망치는 사람들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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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은 이름이 없었다. 그냥 큰 강이었다. 왕국의 북쪽을 동서로 가르며 흐르고, 건너는 곳은 몇 군데 없었고,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이 돌다리였다. 라움에서 이틀. 세드와 에반은 하루 반 만에 갔다. 세드가 지름길을 알았고, 에반이 쉬자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둘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세드는 앞에서 걸었고, 에반은 뒤에서 걸었고, 밤에는 불을 피우고 빵을 먹었다. 에반은 네 조각을 먹었다. 세드는 한 조각을 먹고 사탕을 씹었다. 술은 없었다. 여관에서 사지 않았다. 에반은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말하지 않았다.

첫날 밤에 에반은 물었다.

"마왕성은 얼마나 멀어요."

"걸어서 한 달. 북쪽 길이 열려 있을 때."

"길이 막혀 있어요?"

"큰길은 마왕군이 지켜." 세드는 불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산길로 돌아갔어. 성 뒤에 옛 수로가 있거든. 돌아올 땐 나 혼자였고."

"그래서 걸어왔어요? 한 달을?"

"열흘."

에반은 계산했다. 한 달 거리를 열흘. 세드는 자지 않고 걸은 것이다. 라움까지.

"왜 라움으로 왔어요. 왕도가 더 가깝잖아요."

세드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다렌 집이니까."

에반은 더 묻지 않았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 대답 뒤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랐다.

둘째 날 저녁에 둘은 돌다리가 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그리고 멈췄다.

큰 강의 돌다리는 막혀 있었다.

피난민, 마차, 소, 짐수레. 다리 입구부터 건너편까지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고 줄은 움직이지 않았다. 라움만 불탄 것이 아니었다. 남쪽 마을 여럿이 같은 날 밤에 습격당했고, 그 마을들의 사람이 전부 이 다리로 몰려온 것이다. 강 건너에 국경 수비대의 성채가 보였다. 회색 돌벽, 망루 둘.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 그러나 다리 한가운데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수레는 왼쪽! 걷는 사람은 오른쪽! 아이 안은 사람 먼저!"

여자 목소리였다. 수선한 기사 제복에 큰 방패. 한 손으로 사람을 밀어 보내고 다른 손으로 수레를 세우면서, 그녀는 다리 위를 거꾸로 걷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면서 앞을 정리하는 사람.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줄이 섰고, 그녀가 아직 가지 않은 자리는 엉켜 있었다.

피난민과 수레로 막힌 돌다리 위에서 뒤로 걸으며 행렬을 정리하는 미라
돌다리의 기사

"우회로로 가자." 세드가 말했다. "폐광 쪽에 길이 있어. 이 줄은 해 질 때까지 안 빠져."

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리 입구의 사람들 틈에서 작은 얼굴을 보았다. 라움에서 함께 온 아이. 창고에서 그의 망토를 붙잡았던. 여관에서 수레를 타고 먼저 떠났을 텐데, 여기 있었다. 어른 틈에 끼어 밀려다니고 있었다. 수레가 안 보였다. 수레는 어디로 갔을까.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드를 두고 다리로 내려갔다.

"야—" 세드가 불렀다. 에반은 듣지 않았다.

세드는 언덕에 혼자 서 있었다. 우회로는 왼쪽이었다. 그는 왼쪽을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다리로 내려갔다. 투덜거리면서.


다리 위의 기사는 에반을 보자마자 전력으로 계산했다. 검, 나이, 걸음걸이. 그녀의 눈이 그것을 한 번에 훑었다. 에반은 자기가 저울에 올려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울이 무엇을 읽었는지도 대충 알았다. 열일곱. 검 한 자루. 싸워 본 적 한 번.

"검 들 줄 알아?"

"네."

"그럼 저쪽 수레 세워. 바퀴가 빠졌어. 명령은 내가 한다. 안 따르면 방패 뒤에도 안 들인다."

에반은 수레를 세웠다. 바퀴가 빠진 수레는 무거웠고, 그 위에 노파와 아이 둘이 타고 있었다. 그는 수레 바닥을 어깨로 받치고 바퀴를 끼웠다. 대장간에서 배운 일이었다. 바퀴는 들어갔다. 기사가 그것을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칭찬도, 이름도 없었다.

세드는 결국 다리로 내려왔다. 기사는 그도 훑었다.

"마법사?"

"……네."

"저쪽 수레에 노인들. 다리 아파서 못 걸어. 가볍게 해 줄 수 있어?"

"부양 마법은—"

"안 되면 안 된다고 해."

"……짧게는 됩니다."

"그럼 짧게 해. 열 걸음씩."

세드는 열 걸음씩 했다. 노인들을 실은 수레가 열 걸음 떠서 가고, 내려앉고, 다시 떠서 갔다. 세드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는 짧은 주문을 반복했다. 짧은 것은 할 수 있었다. 짧은 것은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기사의 이름은 미라였다. 왕국 방패기사. 피난민 수송대를 이끌다 본대와 떨어졌고, 상관은 물러나라고 했고, 그녀는 물러나지 않았다. 남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싸우기 전에 출구부터 확인하는 사람이었고, 그 출구로 자기가 마지막에 나가는 사람이었다. 에반은 그것을 그날 오후 내내 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자기가 먼저 건너지 않았다. 사람을 보내고, 보내고, 보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다리는 아직 반도 비지 않았다.

"밧줄이 필요해." 미라가 말했다. 다리 난간이 부서진 곳을 가리켰다. 거기서 수레가 자꾸 걸렸다. 난간을 밧줄로 묶어 길을 만들면 수레가 두 줄로 갈 수 있었다. "폐광에 있어. 광부들이 쓰던 거. 여기서 반 시진."

"제가 갈게요."

"혼자는 안 돼. 둘이 가." 미라가 세드를 보았다. "셋이 가. 내가 안내한다."

"다리는요?"

"부하가 있어."

부하는 하나였다. 어린 병사. 미라는 그에게 다리를 맡겼고, 병사는 얼굴이 하얘졌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자기가 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때 미라는 자기가 다 하고 있었다. 부하에게 다리를 맡긴 것은 믿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녀는 그 차이를 알았고, 에반은 아직 몰랐다.


폐광은 다리에서 강 상류 쪽으로 반 시진 거리에 있었다.

오래전에 버려진 은광이었다. 입구에 썩은 나무 기둥이 서 있었고, 안은 어두웠고, 축축했고, 뭔가가 움직였다. 미라가 앞에 섰다. 방패를 들고. 세드가 지팡이 끝에 불을 켰다. 에반이 뒤를 맡았다.

"귀신 아니야." 세드가 말했다. 지팡이 끝의 불빛이 흔들렸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뼈야. 사령술의 가장 낮은 단계. 학술적으로는 '잔류 구동체'라고—"

해골이 돌아섰다.

광부의 해골이었다. 곡괭이를 든 채 벽에 기대어 있던 것이 머리를 돌렸다. 턱뼈가 덜거덕거렸다.

세드가 비명을 질렀다.

에반은 웃었다.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먼저 나왔다. 마법사가. 잔류 구동체라고 설명하던 사람이. 그리고 두 번째 해골이 에반 뒤에서 일어섰고, 에반도 비명을 질렀다. 둘이 같이 질렀다. 미라는 방패로 두 해골을 한꺼번에 밀어 벽에 박았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돌아서서 둘을 보았다.

"소리는 크게 낼 수 있으니" 그녀가 말했다. "호각은 필요 없겠네."

에반은 입을 다물었다. 세드도 다물었다. 미라는 더 말하지 않고 앞으로 갔다.

광은 깊었다. 갱도가 몇 갈래로 갈라졌고, 세드가 벽의 표시를 읽어 길을 골랐다. 광부들이 남긴 표시였다. 세드는 그런 것을 읽을 줄 알았다. 별자리도, 지도도, 벽의 낙서도. 에반은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아는 것이 많다. 아는 것이 많은데 왜 늑대 앞에서는 굳는가.

미라는 갈림길마다 멈췄다.

그리고 벽에 표시를 했다. 자기 칼로. 돌에 긁어서. 화살표. 들어온 방향으로. 에반이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출구."

"출구는 저쪽이잖아요. 왔던 길."

"어두워지면 몰라. 불 꺼지면 몰라. 쫓기면 몰라." 미라는 다음 갈림길에서 또 긁었다. "싸우기 전에 출구부터 확인하는 거야. 나는."

"왜요."

"싸우다 지면 나가야 하니까."

에반은 그 말이 이상했다. 질 생각을 하고 싸우는 사람이 있는가. 그는 지금까지 이길 생각만 했다. 다렌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다렌은 돌아오지 못했다. 출구가 없어서였는지, 있었는데 못 나와서였는지 그는 몰랐다. 세드가 앞에서 걷고 있었다. 세드는 출구로 나왔다. 혼자.

갱도 하나가 무너져 있었다.

천장이 내려앉아 길을 막았다. 세드가 표시를 보았다. 이쪽이 창고 방향이었다. 다른 길은 멀었다. 미라가 무너진 돌을 보았다. 에반도. 돌 틈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건너편이 있었다.

"뚫을 수 있어." 에반이 말했다. "큰 돌 둘만 빼면."

"무너져." 미라가 말했다.

"안 무너지게 빼면—"

"무너지면 셋이 깔려."

"그럼요?"

미라는 천장을 보았다. 돌을 보았다. 바람이 지나가는 틈을. 그리고 세드를 보았다.

"다른 길 얼마나 걸려."

"반 시진."

"가자."

에반은 무너진 돌을 보았다. 뚫을 수 있었다. 그는 확신했다. 대장간에서 돌도 옮겨 봤다. 그런데 미라는 돌아섰다. 반 시진을 더 걸었다. 에반은 뒤에서 따라가며 생각했다. 뚫을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는 나중에, 다리에서 자기 검이 강으로 날아간 뒤에, 그 돌을 다시 생각했다. 뚫을 수 있다는 확신과 뚫는 것은 달랐다. 미라는 그 차이로 돌아선 것이었다.

반 시진 뒤 벽에 광부의 글이 있었다. 숯으로.

'동쪽 갱 무너짐. 넷 못 나옴. 서쪽으로 갈 것.'

날짜는 없었다. 오래됐다. 미라는 그것을 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반도. 세드가 지팡이 불을 글 가까이 댔다가 뗐다. 넷 못 나옴. 셋은 서쪽으로 갔다.

해골은 더 있었다. 셋, 넷. 미라가 밀고 에반이 쳤다. 뼈는 치면 부서졌다. 사람과 달랐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에반은 그것이 오히려 편했다.

밧줄은 갱도 끝의 창고에 있었다. 광차 레일이 끝나는 곳. 그런데 거기까지 가려면 끊어진 레일 위를 건너야 했고, 그 아래는 물이 찬 수직 갱이었다. 레일 위에는 광차 하나가 서 있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광차. 광부들이 쓰던 것으로, 레일에 걸린 마법이 아직 남아서 광차가 저 혼자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건너려면 광차가 멈춰야 했다.

"정박." 세드가 말했다.

그는 광차를 향해 지팡이를 들었다. 짧은 주문. 광차가 멈췄다. 레일 위에, 공중에 걸린 것처럼.

"넷." 세드가 말했다. 이를 악물고. "네 박자. 건너."

미라가 먼저 건넜다. 광차 위로. 하나. 에반이 건넜다. 둘. 세드가 지팡이를 든 채 건넜다. 셋. 넷. 광차가 다시 움직였다. 세 사람은 건너편에 있었다.

"그게 뭐예요?" 에반이 물었다.

"정박." 세드가 숨을 몰아쉬었다. "움직이는 마법을 그 자리에 묶어. 짧게."

"길게는요?"

세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고 문을 열었다. 밧줄이 있었다. 셋은 밧줄을 나눠 메고 돌아갔다. 광차 앞에서 세드는 다시 정박을 했다. 넷. 건넜다. 돌아오는 길에 에반은 생각했다. 넷은 된다. 그러면 몇까지 되는가. 묻지 않았다. 세드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밧줄로 난간을 묶자 수레가 두 줄로 갈 수 있었다.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는 졌고, 횃불이 켜졌고, 사람들이 건너갔다. 그리고 다리 입구 쪽에서 소리가 났다.

마왕군 척후였다. 남쪽에서 피난민을 따라온 것이다. 늑대 기병 몇, 보병 스물.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키가 두 배는 되는 것이 왔다. 오우거. 철퇴를 들고.

"다리 위에서 막는다." 미라가 말했다. "좁으니까. 한 번에 셋 이상 못 와. 에반, 앞. 마법사, 뒤에서 발 묶어. 나는 가운데."

"앞이요?"

"네가 검이잖아."

에반은 앞에 섰다. 다리 위에서였다. 피난민은 아직 반이 건너지 못했고, 뒤에서 미라의 부하가 사람들을 밀어 보내고 있었고, 앞에서 보병들이 왔다. 에반은 베었다. 세드가 얼렸다. 미라가 밀었다. 셋은 다리 폭을 막았다. 보병은 한 번에 셋이 왔고, 셋은 한 번에 셋을 막았다.

그리고 오우거가 왔다.

보병들이 양옆으로 비켰다. 오우거는 다리 난간보다 컸다. 철퇴는 에반의 몸통만 했다. 오우거는 에반을 보고 철퇴를 들었다.

받아흘리기. 에반은 생각했다. 옆으로 보내는 거다. 저 철퇴를 막으면 죽는다. 막을 수 없다. 옆으로 보내야 한다. 철퇴가 내려왔고, 그는 검을 비스듬히 댔다. 각도는 맞았다. 손목도 풀었다. 철퇴가 검날을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더 세게 맞받아치려고 손목을 틀었다.

검이 날아갔다.

손바닥이 찢어지는 느낌이 났고, 검은 다리 난간 너머로 떨어졌다. 강으로. 에반은 빈손으로 서 있었다. 철퇴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막을 것이 없었다.

미라가 들어왔다.

방패를 비스듬히. 정면으로 받지 않고 각도를 줘서. 철퇴가 방패 면을 타고 미끄러졌고, 오우거는 제 무게를 못 이기고 앞으로 쏠렸다. 미라는 그 쏠림을 밀었다. 힘으로가 아니라 방향으로. 다리 기둥 쪽으로. 오우거의 머리가 돌기둥에 박혔다. 돌이 울렸다.

"지금!"

에반은 검이 없었다. 그는 피난민이 떨어뜨린 도끼를 집어 들고 달려들었다. 장작 패는 도끼였다. 세드가 오우거의 발을 얼렸다. 에반이 도끼를 내리쳤다. 오우거의 목이었다. 한 번으로는 안 됐다. 두 번. 끝났다.

에반은 숨을 몰아쉬며 미라를 보았다. 그녀의 방패는 멀쩡했다. 그녀는 힘으로 하지 않았다. 에반이 배우려던 것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했다. 철퇴가 방패를 타고 흐르는 것을 그는 보았다. 자기 검이 날아가기 직전에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마지막에 손목을 틀지 않았다.

"검." 미라가 말했다. "왜 놓쳤어."

"……마지막에 더 세게 치려고."

"그러면 날아가지."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돌아서서 남은 보병들을 보았다. 보병들은 오우거가 쓰러진 것을 보고 물러났다. 다리 위에 시체가 몇 남았다. 에반의 검은 강 속에 있었다. 그는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다리의 마법 승강문이 고장 난 것은 그 직후였다.

다리 건너편 끝, 성채로 들어가는 문. 피난민을 들이고 적을 막기 위해 마법으로 오르내리는 쇠문. 전투 중에 뭔가가 부딪혔는지, 아니면 오래된 마법이 그냥 다했는지, 문이 혼자 내려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끼익거리며. 아직 수레 셋이 남아 있었다. 노인들을 실은 수레. 짐을 실은 수레. 아이들을 실은 수레.

세드가 문 아래 섰다.

"정박!" 그가 외쳤다. 문이 멈췄다. 머리 위 한 뼘에서. "일곱 박자! 그 안에 수레 넘겨!"

하나.

수레 하나가 지나갔다. 아이들. 미라가 수레를 밀고 에반이 당겼다.

둘. 셋.

두 번째 수레. 노인들. 바퀴가 문턱에 걸렸다. 에반이 들어 올렸다.

넷.

화살이 날아와 세드 발치에 꽂혔다.

물러났던 보병 중 하나가 쏜 것이었다. 다리 반대편 끝에서. 멀었다. 맞을 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화살은 세드의 발에서 한 뼘 떨어진 돌 틈에 꽂혔고, 세드는 그것을 보았다.

다섯.

주문이 끊겼다.

내려오다 멈춘 쇠문 아래 선 세드와 발치에 꽂힌 화살, 수레를 미는 에반과 미라
다섯 번째 박자

세드의 손이 떨렸고, 지팡이가 흔들렸고, 문이 떨어졌다. 미라와 에반이 마지막 수레를 옆으로 밀었다. 수레 위의 사람은 굴러 나왔다. 늙은 여자였다. 그녀는 돌바닥에 떨어져 무릎을 다쳤지만 살았다. 짐은 문 아래 깔려 부서졌다. 겨울옷, 씨앗, 냄비, 누군가가 평생 모은 것. 쇠문이 그 위에 내려앉았다. 소리가 컸다.

세드는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물었다.

다리 건너편에서 미라가 그를 보았다.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이 더 나빴다.

"네가 일곱까지 된다고 했지."

"연습에서는."

"앞으로는 그 말도 붙여. 계획이 달라지니까."

"그냥 제가 문 아래에 있었으면—" 에반이 끼어들었다.

"그러면 짐 대신 네 팔을 잃었겠지." 미라가 잘랐다. "그건 계획이 아니야."

에반은 입을 다물었다. 세드도 다물었다. 미라는 둘을 더 보지 않고 늙은 여자에게 갔다. 무릎을 살피고, 부하를 불러 업게 했다. 그녀는 한 번도 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늙은 여자는 쇠문 아래 깔린 자기 짐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그리고 부하의 등에 업혀 성채로 들어갔다.

세드는 문 아래 그대로 서 있었다. 에반은 그에게 가지 않았다. 갈 수 없었다.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강을 보았다. 자기 검이 가라앉은 곳을.

미라의 부하가 다리 입구에서 왔다.

어린 병사. 미라가 다리를 맡겼던. 그는 다리 입구를 혼자 지켰다. 셋이 폐광에 간 동안. 반 시진.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그는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오우거가 왔을 때 사람들을 뒤로 밀었다. 미라가 하던 대로. 그는 지금 미라 앞에 섰다. 얼굴이 아직 하였다.

"……보고합니다. 다리 입구. 이상 없었습니다. 피난민 전원 통과."

"짐은."

"……수레 하나 짐을 잃었습니다."

"사람은."

"전원 무사합니다."

미라는 그를 보았다. 한참. 그는 보고를 마치고 서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창을 쥔 손이. 에반은 그것을 보았다. 자기 손도 그랬다. 북문에서.

"잘했어." 미라가 말했다.

병사가 고개를 들었다.

"다리 맡긴 거. 잘했어. 내일부터 수비대 인솔 맡아. 피난민 성채까지."

"……저 혼자요?"

"혼자. 할 수 있어. 오늘 했잖아."

병사는 경례했다. 손이 떨린 채로. 미라가 경례했다. 병사가 갔다. 에반은 미라를 보았다. 미라는 벌써 다른 데를 보고 있었다. 늙은 여자의 무릎을. 그러나 에반은 보았다. 그녀가 병사에게 "잘했어"라고 한 것을. 자기에게는 고개 한 번이었다. 병사에게는 말이었다. 그는 그 차이를 생각했다. 병사는 그것이 필요했고, 자기는 아직 그것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필요했는데 미라가 주지 않은 것이었다. 검을 놓쳤으니까. 그는 둘 중 어느 쪽인지 몰랐다. 둘 다였을 것이다.


다리를 다 건넌 것은 자정이었다.

마지막 사람이 성채 문으로 들어갔다. 미라가 그 뒤에 들어갔다. 마지막에. 늘 그랬듯이. 문이 닫혔다. 에반은 성채 마당에 서 있었다. 검이 없었다. 도끼를 들고 있었다. 장작 패는.

라움의 아이가 거기 있었다. 창고의 아이. 다리 입구에서 밀려다니던. 아이는 에반을 보고 왔다. 망토를 잡지는 않았다. 그냥 옆에 섰다.

"엄마 찾았어?"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에반은 마당을 보았다. 피난민 수백. 라움 사람 서른. 다른 마을 사람들. 모닥불 여럿. 아이의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그는 몰랐다. 살았는지도. 라움에서 아이는 혼자 창고에 있었다. 그때 이미 혼자였다.

"같이 찾자."

둘은 마당을 돌았다. 모닥불마다. 아이가 얼굴을 보았다. 아니. 아니. 아니. 에반은 아이를 업었다. 아이가 높은 데서 보게. 아니. 아니. 그러다 아이가 멈췄다.

"……저기."

여자가 있었다. 불 옆에. 다른 마을 사람들 틈에. 라움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의 어머니도 아니었다. 아이의 이모였다. 이웃 마을에 시집간. 그 마을도 탔고, 그녀도 여기 왔다. 아이가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가 아이를 알아보았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거기 없었다. 아이는 묻지 않았다. 이모도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에반은 물러섰다. 할 일이 끝났다. 그는 마당 끝으로 갔다. 도끼를 내려놓았다. 강을 보았다. 자기 검이 가라앉은. 뒤에서 발소리. 세드였다. 문 아래 서 있던. 짐을 잃은.

"애 이모 찾았네."

"……네."

"잘했어."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애가 찾았어요."

"업어 줬잖아."

에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드는 옆에 섰다. 강을 보았다. 둘 다. 한참.

"검, 아깝겠다." 세드가 말했다.

"아버지가 만든 거예요."

"……그래."

"손목을 틀었어요. 마지막에. 더 세게 치려고."

"알아. 봤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왜 다섯에서 끊겼는지 몰라." 세드가 말했다. "연습에서는 됐는데."

둘은 더 말하지 않았다. 강이 흘렀다. 검과 짐이 거기 있었다. 둘 다 잃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날 밤 둘이 처음으로 같이 한 일이었다.


피난민은 성채에 인계됐다.

국경 수비대 성채는 크지 않았다. 병사 백 명. 그중 절반은 어렸고 나머지 절반은 늙었다. 젊고 쓸 만한 병사들은 왕도로 불려 갔다. 성채장은 미라를 알았다. 그녀의 보고를 들었고, 피난민을 받았고, 더 받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받았다.

그날 밤 미라는 수비대의 소식을 들었다. 마왕군이 북쪽의 수도원을 포로 집결지로 쓰고 있다는 것. 남쪽 마을들에서 잡은 사람들을 거기 모아 어디론가 끌고 간다는 것. 어디로 끌고 가는지는 몰랐다. 끌려간 사람이 돌아온 적이 없었다.

"구출대를 꾸린다." 미라가 말했다. "셋."

"셋이요?" 성채장이 말했다. "병사를 줄 수 없소. 여기도 모자라."

"압니다. 그래서 셋."

그녀는 에반이 다렌의 제자라는 것도 알게 됐다. 피난민 중 누군가가 말했다. 용사의 제자. 라움의. 미라는 그 말을 듣고 에반을 보았다. 한참. 그러나 특별 대우하지 않았다. 대신 지도 앞에 앉혔다.

"여기가 어디야."

성채의 작전실이었다. 벽에 지도가 걸려 있었다. 에반은 지도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라움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길은 다 알았으니까.

"……수도원요."

"어디. 손가락으로 짚어."

에반은 짚었다. 틀렸다. 미라가 고쳐 주었다.

"여기서 저기까지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 적이 보이면 어디로 빠져."

에반은 지도를 읽을 줄 몰랐다. 미라는 그에게 읽는 법을 가르쳤다. 등고선과 강과 길. 이 선이 높은 곳. 이 선이 물. 이 점선이 길. 길이 없는 데로는 가지 마. 적이 앞에 있으면 이쪽으로. 뒤에 있으면 저쪽으로. 그녀는 지도를 보면서 싸우는 사람이었다. 에반은 지도 없이 싸우는 사람이었다. 그 차이를 그는 그날 밤 처음 알았다.

"스승님은 지도를 안 보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부하 한 명에게 수비대 인솔을 맡기고, 세 사람으로 구출대를 꾸렸다. 세드는 성채까지만이라고 했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꺼낼 틈이 없었던 것인지, 꺼내지 않기로 한 것인지 에반은 몰랐다. 세드는 작전실 구석에 앉아 지도를 보고 있었다. 미라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눈이 움직였다. 그는 지도를 읽을 줄 알았다.

성채의 대장장이가 에반에게 검을 주었다. 수비대의 여분. 평범한 철검. 아버지의 것보다 무거웠고 균형이 나빴다. 에반은 그것을 받아 들고 몇 번 휘둘렀다. 손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검이었다.

"이름이 뭐야." 미라가 물었다. 처음으로.

"에반요."

"미라다. 마법사는?"

"세드."

"좋아." 그녀는 둘을 보았다. "셋이면 셋답게 간다. 혼자 앞서면 혼자 죽어. 뒤처지면 혼자 죽어. 알았어?"

"네."

세드는 고개만 끄덕였다.


성채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떠나기 전에 준비할 것이 있었다. 식량, 밧줄, 약. 미라는 수비대 창고에서 그것들을 받아 왔다. 성채장은 아까워했지만 주었다. 미라는 영수증을 썼다. 왕국 기사의 이름으로. 에반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가져가는 것도 기록한다.

둘째 날 저녁, 에반은 성벽 위에서 미라를 찾았다.

그녀는 북쪽을 보고 있었다. 망루 옆. 방패를 벽에 기대 놓고. 에반은 옆에 섰다.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물었다.

"왜 명령을 안 따랐어요."

"뭐."

"다리에서요. 물러나라고 했다면서요. 상관이."

미라는 북쪽을 보고 있었다.

"물러나면 사람들이 죽으니까."

"그러면 벌 받아요?"

"받겠지. 나중에."

"그래도 했어요?"

"그래도 했어." 미라는 에반을 보았다. "명령은 그 사람이 거기 없어서 내린 거야. 거기 있었으면 안 내렸을 거야. 나는 거기 있었고."

에반은 그 말을 생각했다. 스승은 그에게 마을을 지키라고 했다. 떠나면서. 거기 없을 거니까. 그는 마을을 지켰다. 지키지 못했다. 마을은 탔다. 그러나 사람들은 살았다. 서른 명. 그것이 지킨 것인지 아닌지 그는 몰랐다.

"스승님이 저한테 마을을 지키라고 했어요."

"그래서?"

"탔어요."

"사람은?"

"……살았어요. 대부분."

"그럼 지킨 거야." 미라가 말했다. "마을은 집이 아니야. 사람이야. 집은 다시 짓고."

에반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라는 다시 북쪽을 보았다.

"내일 떠난다. 셋이. 수도원까지 사흘. 너, 지도 다시 봐 둬."

"네."

"그리고." 그녀는 방패를 들었다. "검 놓친 거. 내일 아침에 연습해. 내가 봐 줄게."

다음 날 아침 성채 마당에서 미라는 에반에게 막대를 휘둘렀다. 느리게. 에반은 받아흘렸다. 안 됐다. 손목이 굳었다. 미라는 "손목"이라고만 했다. 다시. 안 됐다. "손목." 다시.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째에 막대가 검을 타고 흘렀다. 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휘둘렀다. 안 됐다.

"한 번 됐다고 된 게 아니야."

에반은 나중에 헤른에서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서. 그때 그는 미라를 생각했다.

세드는 마당 구석에서 그것을 보았다. 사탕을 씹으며. 미라가 돌아보았다. 세드는 사탕을 녹였다.


떠나는 밤, 짐을 잃은 수레 주인이 세드를 찾아왔다.

늙은 여자였다. 무릎에 천을 감고 절뚝이며 왔다. 성채 마당, 야영 불 옆에. 세드는 불을 보고 있었고, 그녀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가 앞에 서서야 보았다.

그녀는 감자 세 알을 내밀었다.

"고마웠어요. 사람은 살았으니까."

세드는 감자를 받았다. 손바닥에 세 알. 흙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짐 속에 있던 것일 것이다. 문에 깔리기 전에 품에 넣었거나, 깔린 뒤에 꺼냈거나.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참 감자를 들고 서 있었고, 여자는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돌아갔다. 절뚝이며.

늙은 여자가 내민 감자 세 알을 받아 든 세드
감자 세 알

세드는 감자를 들고 앉아 있었다. 오래. 그러다 하나를 불에 묻었다. 두 개는 주머니에 넣었다.

에반은 그것을 보았다. 불 건너편에서. 그날 밤 세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성채에 술은 있었다. 병사들이 마시고 있었다. 세드는 대신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씹었다. 단단한 것. 이로 깨는 소리가 났다. 에반은 그것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라는 불 옆에서 방패를 손질하고 있었다. 방패에 철퇴 자국이 있었다. 깊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쓸어 보고 기름을 발랐다.

"야영 식사 이름을 붙이자."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네?"

"오늘 건 '감자 한 알'." 그녀는 세드가 묻은 감자를 가리켰다. "셋이 나눠 먹는 거니까."

세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감자를 꺼냈다. 뜨거웠다. 셋으로 나눴다. 에반이 가장 큰 조각을 받았다. 세드가 그렇게 나눴다.

"고기를 먹으면 다 근육이 돼요." 에반이 말했다. 왜 그 말을 했는지 자기도 몰랐다.

"감자는?" 미라가 물었다.

"……감자도 어느 정도는."

미라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드는 감자를 씹으며 하늘을 보았다. 별이 있었다. 그는 북쪽 별을 찾았다. 찾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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