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돌아온 것은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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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넘어졌을 때, 에반은 얼굴부터 진흙에 박혔다.

힘껏 내리친 검이 다렌의 칼날을 타고 옆으로 미끄러졌다는 것은 알았다. 그 다음에 왜 발이 땅에서 떨어졌는지는 몰랐다. 입안에 흙이 들어왔고, 훈련장 울타리 너머에서 닭이 울었고, 머리 위에서 스승이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숨이 차서가 아니라 웃음을 참느라 고르는 숨이었다.

훈련장은 아버지의 대장간 뒤에 있었다. 훈련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곳이었다. 울타리 안에 다져진 흙바닥, 허수아비 하나, 물동이 하나, 그리고 비가 오면 반쯤 진흙탕이 되는 구석. 다렌은 그 구석을 일부러 골라 서곤 했다.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워야지"라는 것이 이유였다. 에반은 그 말을 들은 지 두 해가 되었고, 넘어지는 법은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다.

"방금은 제가 더 세게 쳤잖아요!"

에반은 진흙을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렌은 검을 어깨에 걸친 채 서 있었다. 마흔을 넘긴 사내의 얼굴에는 아직 소년 같은 데가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대체로 에반이 넘어질 때 가장 잘 드러났다. 관자놀이에 흰머리가 섞여 있었고, 코는 젊을 때 한 번 부러진 적이 있어 약간 비뚤었다. 왕국의 용사. 마왕군의 첫 침공을 막아 낸 사람. 그러나 라움 마을에서 그는 빵을 태우는 사람으로 더 유명했다.

"그래서 멀리 넘어졌지."

"그러니까 더 세지면 되는 거죠?"

"네가 안 듣는 건 아주 일관적이구나."

다렌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에반은 그 손을 보고, 잠깐 망설이고, 잡는 대신 스스로 일어나려고 팔을 짚었다. 젖은 땅이 손바닥 아래에서 밀려났다. 그는 다시 미끄러졌다. 이번에는 옆으로.

"손 좀 잡아라." 다렌이 말했다. "그것도 수련이다."

비 온 뒤 진흙 훈련장에 넘어진 소년 에반과, 웃으며 손을 내미는 다렌
손 좀 잡아라

에반은 결국 손을 잡았다. 스승의 손은 굳은살 때문에 나무껍질 같았고, 끌어올리는 힘은 가볍게 느껴질 만큼 컸다. 에반은 열여섯이었고, 대장장이의 아들이었고, 다렌에게 검을 배운 지 두 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직 스승을 한 번도 밀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힘이 모자라서라고 믿었다.

"받아흘리기는요." 에반이 물었다. 진흙을 털며. "힘으로 하는 게 아니면 뭘로 해요?"

"상대가 오는 길로." 다렌이 검을 들어 보였다. 평범한 철검이었다. 에반의 아버지가 만든 것으로, 날은 몇 번이나 갈아서 처음보다 가늘어져 있었다. "막지 마. 옆으로 보내. 네가 먼저 치려고 하는 순간 틀려."

"그러면 제가 언제 쳐요?"

"상대가 넘어진 다음에."

에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대가 넘어진 다음에 치는 것은 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냥 끝내는 것이었다. 싸움은 치는 것이었다. 세게, 먼저, 상대보다 빨리. 그는 그렇게 믿었고, 그 믿음은 그가 대장간에서 망치를 휘두르며 자란 열여섯 해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쇠는 세게 치면 모양이 바뀌었다.

다만 스승이 잠깐 따라 한 자세를 칭찬했다는 것만 기억했다. 세 번째로 넘어지기 직전, 검이 다렌의 칼날에 닿는 순간 에반의 손목이 아주 잠깐 힘을 뺐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지쳐서였다. 그러나 다렌은 그것을 보았다.

"방금 그거." 다렌이 말했다. "그게 맞았어. 넘어지기 전까지는."

칭찬은 드물었으므로, 에반은 그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날 저녁 다렌은 빵을 태웠다.

에반이 아는 한 그것은 일곱 번째였다. 다렌은 에반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 많았다. 혼자 사는 사람이었고, 요리를 못 했고, 에반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에반의 아버지도 요리를 못 했으므로, 세 남자는 돌아가며 못하는 요리를 했다. 다렌의 차례에는 늘 뭔가가 탔다.

"불을 너무 세게 때셨어요."

"불이 세야 빨리 익지."

"그러니까 탔잖아요."

"겉만." 다렌이 탄 껍질을 떼어 내며 말했다. "안은 괜찮아."

안도 괜찮지 않았다. 그러나 셋은 그것을 먹었다. 에반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먹었고, 다렌은 자기가 만든 것을 가장 많이 먹었고, 에반은 네 조각을 먹었다. 에반은 언제나 가장 많이 먹었다. 고기를 먹으면 전부 근육이 된다고 그는 믿었다. 빵도 어느 정도는.

"다음 달에 왕도에 다녀온다." 다렌이 말했다.

"왜요?"

"회의."

"무슨 회의요?"

"어른들 회의." 다렌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에반의 아버지가 다렌을 한 번 보았고, 다렌은 고개를 아주 약간 저었다. 에반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다섯 조각째를 먹고 있었다.

그 밤에 에반은 자기 방에서 검을 닦았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평범한 철검. 아직 아무것도 베어 본 적 없는 날. 그는 날에 기름을 먹이며 생각했다. 더 세지면 된다. 더 빨라지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스승을 밀어낼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스승 옆에 설 수 있다.

창밖에서 다렌이 집으로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음정이 틀렸다.


일 년 뒤.

마왕 토벌대가 떠난 지 열흘째 되던 날, 라움 마을 광장에는 축제를 위해 종이꽃이 걸려 있었다. 용사가 돌아오면 바로 잔치를 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붉은 꽃, 노란 꽃. 마을 아이들이 밤새 오려서 매단 것들이 가랑비에 조금씩 젖어 갔다.

토벌대는 다섯이었다. 다렌, 그리고 왕도에서 온 네 사람. 그중 한 사람은 에반도 얼굴을 알았다. 마법사 세드. 다렌의 오랜 동료. 일 년에 한두 번 라움에 들러 다렌과 술을 마시고, 에반이 세 번 넘어질 때 울타리에 기대어 사과를 깎던 사람. 늘 농담을 했고, 농담이 재미없으면 자기가 먼저 웃었다.

토벌대가 떠나던 날 아침, 에반은 짐을 싸 두고 있었다. 검, 망토, 사흘치 빵. 아무도 그에게 가라고 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가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당연히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해 동안 매일 훈련했다. 스승 옆에서 싸우기 위해서였다. 그 외에 무엇 때문에 훈련했겠는가.

다렌은 그 짐을 보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마을을 지켜라."

"네?"

"마을을 지키라고."

"마왕성에 가시는 거잖아요. 저도—"

"에반." 다렌은 짐 자루를 들어 에반의 가슴에 안겼다. 가벼웠다. 사흘치 빵과 검 한 자루. "마을을 지켜. 그게 네 일이다."

설명은 없었다. 다렌은 늘 그랬다. 강한 모습만 보였고,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에반은 그것을 자신이 모자라다는 뜻으로 들었다. 두 해를 훈련했는데 아직 데려갈 만하지 않다는 뜻으로. 그는 짐 자루를 안은 채 토벌대가 북쪽 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세드가 마지막에 한 번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다렌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

열흘 동안 에반은 매일 훈련장에 나갔다. 허수아비를 쳤다. 세게, 더 세게. 허수아비의 팔이 떨어져 나갔고, 그는 그것을 다시 묶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며 수군거렸다. 용사의 제자. 혼자 남은 제자. 에반은 그 말을 듣지 않으려고 더 세게 쳤다.

아흐레째 밤, 아버지가 훈련장에 왔다.

에반은 어두운 데서 허수아비를 치고 있었다. 달도 없었다. 소리로만 쳤다. 나무가 울리는 소리. 아버지는 울타리에 기대어 그것을 들었다. 한참. 그러다 말했다.

"그만 쳐라. 허수아비 부서진다."

"고치면 돼요."

"네 손도 부서진다."

에반은 멈췄다. 손바닥이 찢어져 있었다. 피가 났다. 어둠 속에서 몰랐다. 아버지가 다가와 손을 잡았다. 대장장이의 손. 에반의 손보다 두 배 두꺼운. 아버지는 그 손으로 에반의 손바닥을 보았다. 만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렌이 왜 널 안 데려갔는지 아냐."

"제가 모자라서요."

아버지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말했다.

"떠나기 전날 왔었다. 여기. 네가 자고 나서."

"……뭐 하러요."

"네 검 봤다. 네가 닦아 둔 거. 들어 보고. 휘둘러 보고. 다시 걸어 놓고." 아버지는 에반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내게 검집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 검에 맞는 걸로. 돌아와서 준다고."

에반은 아버지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왜요."

"모른다. 묻지 않았다."

"물어봤어야죠."

"그 사람은 묻는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너도 알잖냐."

에반은 알았다. 다렌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강한 모습만 보였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그것이 싫었고, 그런데도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열흘. 그는 허수아비를 보았다. 팔이 떨어져 나간. 그가 다시 묶은.

"내일 꽃 다시 매단대요. 아이들이."

"그래."

"돌아올 때까지 버틸까요. 비 오는데."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둘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먼저 들어갔다. 에반은 허수아비 앞에 남았다. 손바닥이 쓰렸다. 그는 검을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아흐레 만에. 그냥 서 있었다.

열흘째 되던 날 오후, 그는 광장 끝에 서 있었다. 종이꽃을 바라보면서. 비가 오고 있었고, 꽃은 젖고 있었고, 아이들은 비가 그치면 다시 매달면 된다고 했다. 에반은 그 꽃들이 다렌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을 어귀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한 사람이었다.

외투는 찢어져 있었고, 지팡이 끝은 타 있었고, 걸음은 사흘을 자지 못한 사람의 것이었다. 세드였다. 에반은 그를 알아보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그가 아는 세드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었고, 이 사람은 농담을 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반은 달려가지 않았다. 세드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길은 비어 있었다. 세드 뒤로 길게, 마을 어귀 너머 언덕까지, 아무도 없었다. 에반은 그 빈 길을 보았다. 세드보다 그 길을 더 오래 보았다. 네 사람이 더 올 것이다. 조금 뒤처진 것이다. 그는 기다렸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종이꽃이 젖어 처진 비 오는 광장으로 혼자 걸어 들어오는 세드와, 멀리 선 에반
비 오는 광장, 돌아온 한 사람

세드는 광장을 가로질러 에반 앞에 멈춰 섰다.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둘러서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세드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부러진 철검의 날. 손바닥 길이의 쇳조각. 에반의 아버지가 만든 검이었다. 에반은 그 날의 결을 알았다. 그리고 왕국 인장이 달린 목걸이. 다렌이 늘 목에 걸고 있던 것. 줄이 끊어져 있었다.

에반은 그것들을 보았다. 그 다음에 세드의 손을 보았다. 온전한 손이었다. 손가락 열 개가 다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그 손이 검과 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스승님은요?"

"미안하다."

"왜 당신이 미안해요." 에반은 자기 목소리가 이상하게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지를 줄 알았는데 지르지 않았다. "어디 계시냐고요."

"돌아오지 못해."

"당신은 돌아왔잖아."

세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랑비가 조금 굵어졌고, 종이꽃들이 무게를 못 이기고 하나씩 처졌다. 붉은 것이 먼저, 노란 것이 그 다음에. 둘러선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울기 시작했다. 에반은 울지 않았다. 그는 세드의 손에서 검 조각과 목걸이를 받았다. 차가웠다. 열흘 동안 세드의 품에 있었을 텐데 차가웠다.

그날 밤 마을 회관에서 세드는 이야기했다.

마왕성에 들어갔다. 발테르를 만났다. 싸웠다. 다섯 중 셋이 거기서 죽었다. 다렌은 마왕의 검 앞에 섰고, 자신은 다렌이 열어 준 퇴로로 빠져나왔다. 다렌이 마지막 전투에서 죽는 것을 보았다. 마왕 발테르의 검 앞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세드는 다렌의 오랜 동료였고, 유품을 가져왔고, 사흘을 자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반도 믿었다. 다만 세드가 그 말을 할 때 눈을 어디에 두는지는 보았다. 세드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다. 회관 바닥의 한 지점을 보고 있었다. 자기 발에서 두 걸음 앞. 거기에 뭔가 있는 것처럼.

에반은 그것을 보았고, 그 뜻을 몰랐고, 그래서 그냥 넣어 두었다.


세드는 여관 이층에서 창을 열어 두고 있었다.

회관에서 돌아온 뒤. 술병을 하나 샀다. 여관 주인이 돈을 안 받으려 했다. 그는 받게 했다. 돈을 내고 사는 것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도 빚이었다.

창밖으로 마을이 보였다. 비. 젖은 종이꽃. 광장의 횃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씩. 다렌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가 한 말을 듣고. 다렌이 마지막 전투에서 죽는 것을 보았다고. 마왕의 검 앞에서. 그 말을 할 때 그는 바닥을 보았다. 자기 발에서 두 걸음 앞. 거기에 문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문. 그는 그 문을 보며 말했다. 문 너머를 보지 않으려고.

술을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열흘 동안 못 마셨다. 걸어야 했으니까. 지금은 걸을 필요가 없었다. 도착했다. 다렌의 집에. 다렌이 없는.

창 아래로 누가 지나갔다. 소년. 푸른 망토. 다렌의 집 쪽으로. 세드는 그것을 보았다. 에반. 다렌의 제자. 두 해 동안 넘어지는 것을 본. 저녁을 네 번 먹던. 다렌이 "저 녀석 때문에 빵값이 두 배야"라고 농담하던. 그러면서 빵을 더 사 오던.

에반은 다렌의 집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지 않았다. 세드는 그 어두운 창을 보았다. 한참.

그는 술병을 내려놓았다. 외투를 입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왜인지 몰랐다. 그냥 발이 갔다. 다렌의 집 앞까지. 문 앞에. 거기서 멈췄다. 안에 에반이 있었다. 어둠 속에. 세드는 문을 보았다. 들어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미안하다. 그 말은 했다. 그 다음 말이 없었다. 그 다음 말은 문 너머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문. 그는 그것을 열 수 없었다.

그는 돌아섰다. 여관으로. 술병이 거기 있었다.

창문 안에서 에반이 그것을 보았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알았어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밤에는.


그날 밤 에반은 다렌의 집에 갔다.

마을 끝, 대장간에서 백 걸음. 다렌이 혼자 살던 집.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다렌은 문을 잠근 적이 없었다. 훔쳐 갈 것이 없다고 했다. 에반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두웠다. 그는 불을 켜지 않았다. 켜면 뭔가가 끝날 것 같았다.

집 안은 떠난 날 그대로였다. 화덕에 빵틀이 걸려 있었다. 탄 빵틀. 떠나기 전날 다렌은 또 빵을 태웠고, 틀을 닦지 않고 갔다. 돌아와서 닦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식탁에 잔이 둘 있었다. 하나는 다렌의 것. 하나는 세드의 것. 떠나기 전날 둘이 마셨다. 에반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른들 자리였다.

벽에 검걸이가 있었다. 비어 있었다. 다렌의 검은 지금 에반의 품에 있었다. 부러진 채로. 에반은 검걸이를 보았다. 그 아래 바닥에 숫돌이 있었다. 다렌은 밤마다 거기 앉아 검을 갈았다. 에반은 그것을 몇 번 보았다. 그때마다 다렌은 "검은 갈아야 검이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만든 검. 날이 가늘어질 때까지 간 검.

에반은 숫돌 앞에 앉았다.

품에서 부러진 날을 꺼냈다. 손바닥 길이. 그는 그것을 숫돌에 댔다. 갈지는 않았다. 댔을 뿐이다. 차가웠다. 그는 한참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창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날을 품에 넣었다.

여관 쪽에서 오는 발소리였다. 멈췄다. 다렌의 집 앞에서. 에반은 창으로 보았다. 세드였다. 외투를 입고. 술병을 들고. 그는 집 앞에 서서 문을 보고 있었다.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 그러다 돌아섰다. 여관 쪽으로. 발소리가 멀어졌다.

에반은 그가 왜 왔는지 몰랐다. 왜 안 들어왔는지도. 그는 어둠 속에서 식탁의 잔 둘을 보았다. 하나를 들었다. 다렌의 것. 비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내려놓았다. 세드의 잔은 건드리지 않았다.

집을 나올 때 그는 문을 닫았다. 잠그지는 않았다. 다렌이 그랬던 것처럼.


시신이 없는 장례였다.

마을 언덕에 빈 무덤을 팠다. 다렌이 쓰던 물건 몇 가지를 넣었다. 숟가락, 모자, 다 못 읽은 책 한 권. 사제가 없는 마을이라 촌장이 기도를 읽었고, 촌장은 글을 잘 못 읽어서 기도가 길어졌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에반은 부러진 철검을 무덤 앞에 꽂으려고 했다. 그러려고 들고 갔다. 묘석 대신. 스승의 검이 스승의 무덤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덤 앞에 서서 쇳조각을 쥐었을 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참 서 있었다. 비는 그쳐 있었고, 바람이 불었고, 언덕 아래로 마을이 보였다. 그는 검을 다시 천에 싸서 품에 넣었다. 아무도 그것을 나무라지 않았다.

세드는 장례에 왔다. 멀리, 언덕 아래 나무 옆에 서서. 그는 올라오지 않았고, 에반은 내려가지 않았다. 둘 사이에 언덕의 경사가 있었다. 장례가 끝나고 사람들이 내려갈 때 세드는 나무 옆에 그대로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지나치며 고개를 숙였고, 몇은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그때마다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언덕 위 빈 무덤 앞에서 부러진 검을 꽂지 못하는 에반과, 언덕 아래 나무 옆에 선 세드
빈 무덤

장례가 끝난 뒤에야 에반은 그에게 갔다.

"마왕성이 어디예요."

"지금 가면 죽는다."

"어디냐고요."

"지금 가면 죽어." 세드는 같은 말을 했다. 술 냄새가 났다. 돌아온 날부터 그는 마시고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이야기를 마친 뒤 여관으로 갔고, 그 뒤로 여관 이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게 다야."

"스승님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려 줘요. 뭐가 안 됐는지. 제가—"

"네가?"

"제가 더 강했으면 됐을 거잖아요." 에반은 말했다. 그것은 열흘 동안 그가 허수아비를 치며 생각한 전부였다. "저를 데려갔으면. 제가 거기 있었으면."

세드는 그를 보았다. 처음으로 똑바로. 그리고 뭔가를 말하려다가,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에반은 그를 붙잡고 싶었다. 멱살을 잡고 흔들어서, 그 온전한 손으로 스승 대신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열일곱이었고, 세드는 어른이었고, 마을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그는 돌아섰다.

집에 돌아와서 에반은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대장간 불을 꺼 둔 채였다. 다렌이 떠난 뒤로 아버지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렌이 왜 널 안 데려갔는지 아냐."

"제가 모자라서요."

아버지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일어나서 선반에서 뭔가를 꺼냈다. 검집이었다. 새것. 에반의 검에 맞춘.

"이걸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떠나기 전에." 아버지가 말했다. "돌아와서 준다고."

에반은 검집을 받았다. 가죽 냄새가 났다. 그는 그것을 들고 자기 방으로 갔고, 검을 거기 넣었고, 꺼냈고, 다시 넣었다. 왜 만들어 달라고 했을까. 돌아와서 준다고 했으면서 왜 데려가지 않았을까. 답은 없었다. 그는 짐을 쌌다. 북쪽으로 갈 것이다. 세드가 알려 주지 않으면 혼자 찾을 것이다.

그날 밤, 마을 바깥의 봉화가 올라왔다.

에반은 창문으로 그 불빛을 보았다. 북쪽 언덕 위에서 하나, 그 다음에 둘. 봉화 둘은 마왕군이 온다는 뜻이었다. 하나는 척후, 둘은 부대. 다렌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둔 신호였다. 용사가 죽었다는 소식이 적에게 먼저 닿은 것이다.

그는 품에서 부러진 철검을 꺼내 보았다. 그리고 자기 검을 집었다. 평범한 철검.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 새 검집에 든 것. 에반은 그 검이 아직 아무것도 베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생각은 짧았다. 마을을 지켜라. 그게 네 일이다. 그는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뒤에서 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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