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돌아온 사람들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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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에서는 개선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승전 소식을 실은 전령이 돌아온 날부터. 깃발이 걸리고, 광장이 쓸리고, 악대가 연습했다. 장군들이 네 사람을 불렀다. 왕이 직접 치하할 것이라고 했다. 작위. 영지. 궁정의 자리.

에반은 먼저 라움에 가게 해 달라고 했다.

장군들은 서로를 보았다. 개선식이 먼저라고 했다. 에반은 다렌을 가리켰다. 천에 싸인. 보급 수레에 모셔 온. "스승님을 먼저 모셔야 합니다." 장군들은 더 말하지 않았다. 왕국은 받아들였다. 개선식은 미뤄졌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왕국은 수레와 호위병을 붙여 주었다. 걸어서 보름인 길이었다. 네 사람은 서두르지 않았다. 길이 거친 곳에서는 내려서 수레를 밀었다. 다렌의 천이 흔들리지 않게. 다섯이 라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라움 마을은 재건 중이었다.

불탄 집의 뼈대 위에 새 지붕이 올라가고 있었다. 망치 소리. 톱 소리. 네 사람이 구했던 피난민 가운데 몇이 먼저 돌아와 일하고 있었다. 강변 여관에서 수레를 탔던 노인들. 돌다리를 건넌 사람들. 그들이 지붕 위에 있었다. 에반의 아버지도 있었다. 대장간 터에. 불에 탄 모루를 닦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는 에반을 보았다. 모루를 내려놓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에반도 끄덕였다. 둘 다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라움이 불타던 밤 숲으로 데리고 나왔던 아이가 에반을 보고 달려왔다. 창고에서 망토를 붙잡았던. 그는 아이를 받아 안았다. 전보다 무거웠다. 한 계절이 지났다. 아이는 그의 망토를 다시 붙잡았다. 낡은 푸른 망토. 그리고 놓았다. 이번에는 스스로.

왕도의 아이들에게 한 약속은 지켰다. 대피소에서. 그러나 그 아이들이 말했다. "또 보여 줘요." 에반은 또 가야 했다. 나중에 꼭 지키러 갈 생각이었다. 약속은 쌓였다.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다렌의 장례를 다시 치렀다.

같은 언덕. 같은 무덤. 첫 장례와 달리 빈 무덤이 아니었다. 촌장이 다시 기도를 읽었다. 글을 잘 못 읽어서 길어졌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왔다. 지붕 위에서 내려와서. 망치를 든 채로. 다렌의 숟가락과 모자와 다 못 읽은 책이 아직 거기 있었다. 그 옆에 다렌을 눕혔다.

에반은 부러진 철검을 함께 묻었다.

일 년 동안 품에 넣고 다닌 것이었다. 천에 싸서. 무덤 앞에 꽂으려다 꽂지 못했던 것. 이번에는 꽂지 않았다. 묻었다. 다렌의 손 옆에. 아버지가 만든 검. 날이 가늘어진. 그것은 다렌의 것이었다. 돌려주는 것이었다.

성검은 별신전으로 돌려보낼 예정이었다. 수도원으로. 노엘이 가져갈 것이다. 그것은 그의 몸 일부가 아니었고, 영웅의 증명서도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성검이 한 것이 아니었다. 손이 한 것이었다. 손을 지킨 사람들이. 검은 검집에 넣어 두었다. 다음 사람이 꺼낼 수 있게. 덮개를 열고.

마을 대장장이가 새 철검을 건넸다. 에반의 아버지가. 불에 탄 모루에서 만든 것. 에반은 날의 균형을 확인했다. 들어 보고, 돌려 보고. 아버지의 검과 같은 무게였다. 정확히. 그는 웃었다. 아버지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모루를 두드리는 손이 조금 가벼워졌다.

언덕 위, 무덤 앞에서 에반은 말했다.

"이겼어요."

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서 미라의 방패 끈이 삐걱거렸고, 세드가 조용히 기침했다. 노엘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언덕 아래로 마을이 보였다. 새 지붕들.

"저 혼자 한 건 아니고요." 에반이 말했다. "여기, 다 왔어요."

그는 세드 쪽으로 반걸음 비켰다.

세드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아온 날 이후 처음으로 이 언덕에 올라온 것이었다. 그때는 나무 옆에 서 있었다. 지금은 무덤 앞에. 사과는 짧았다. 들리지 않았다. 입만 움직였다. 울음은 오래갔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에반은 반걸음 비킨 자리에 서 있었다. 세드의 등을 보며. 단추 하나가 다른 외투. 그는 그 등을 일 년 동안 보았다. 지금도 보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같은 언덕의 채워진 무덤 앞에 무릎 꿇은 세드와 반걸음 비켜 선 에반
두 번째 장례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에반이 세드를 불렀다.

"세드."

이름으로. 처음이었다. 당신, 이라고만 했었다. 세드가 돌아보았다.

"당신을 보면 아직 그 문이 생각나요."

"응."

"그런데 이제 다른 문도 생각나. 감옥에서, 당신이 열고 있던 문."

세드가 고개를 들었다.

"둘 다 당신이 한 일이죠."

"그래."

"밥 먹으러 가요. 미라 씨가 또 수프에 이름 붙이기 전에."

원망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에반은 그것을 알았다. 세드를 보면 문이 생각났다. 끊긴 주문. 다렌이 오고 있던 문. 그것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완전히 용서할 수 있다고 그는 장담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싸운 지금의 세드까지 거짓으로 여기지는 않기로 했다. 수문의 세드. 왕좌 앞의 세드. 물을 끓이던 세드. 그것도 세드였다. 둘 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세드가 바란 전부였다. 세드는 더 바라지 않았다. 바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것으로 충분해서였다.

내려오는 길에 세드가 말했다.

"수프 이름, 뭐라고 할 것 같아."

"……'두 번째 장례'?"

"그건 미라 씨도 안 해."

"그럼 '라움'."

"그건 할 것 같다."

미라는 '라움'이라고 했다. 정확히. 세드와 에반은 웃었다. 미라는 왜 웃는지 몰랐다. 노엘은 수프를 먹었다. 뜨거운 것. 제대로 된 것. 이름이 붙은.


에반은 궁정의 직책을 당장 받지 않았다.

왕은 작위를 주려 했다. 영지도. 에반은 거절했다. 대신 전쟁의 잔해 속에 남은 마물과 고립된 마을을 돕는 여행을 택했다. 마왕이 죽어도 마물은 남았다. 길이 끊긴 마을이 있었다. 다리가 무너진 곳이 있었다. 그는 새 철검을 들고 거기 갔다. 혼자는 아니었다. 왕국이 병사 몇을 붙여 주었다. 어린 병사들. 그는 그들에게 물동이 수련을 시켰다.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그도 투덜거렸었다.

세드는 다렌의 마지막 원정에 대한 진술을 왕국에 제출했다.

문을 끊은 것, 거짓말한 것, 전부. 글로. 서명해서. 왕국은 그것을 읽었다. 장군들이. 처벌은 없었다. 처벌할 법이 없었다. 다만 기록에 남았다. 세드는 그것을 원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사실을 남기는 것. 그 뒤에 그는 구출된 포로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도왔다. 요새의 포로 쉰 명. 수도원의 예순 명. 협곡의 서른 명. 한 사람씩. 강배로, 수레로, 걸어서. 저글링 아저씨, 하고 아이가 불렀다. 그는 저글링을 했다. 여전히 형편없었다. 사과를 떨어뜨렸다. 아이가 웃었다. 그도 웃었다. 뭔가를 잊으려고 웃는 것이 아니었다. 용서받았다는 보상을 들고 떠나는 대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했다. 사탕은 계속 씹었다.

미라는 기사단에 복귀했다.

왼손의 감각은 끝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손가락 셋은 움직였고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훈련을 쉬어야 했다. 비 오는 날. 추운 날. 그녀는 그런 날 쉬었다. 쉬는 것도 결정이었다. 그녀는 새 방패를 바탕으로 좁은 길과 피난 행렬을 지키는 수비법을 가르쳤다. 받침을 박는 법. 한 손으로 흘리는 법. 어디 설지 먼저 정하는 법. 부하가 자기 방식대로 해 보겠다고 하면 먼저 들어 보았다. 들어 보고 아니면 아니라고 했다. 들어 보고 맞으면 하게 했다. 돌다리에서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있었다. 늘 가장 앞에 서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는 여전히 방패를 들었다. 복귀 축하 선물로 받은 장갑은 한 손으로도 잠글 수 있게 노엘이 고쳐 주었다. 끈을 고리로 바꿔서. 미라는 그것을 받고 "이름 붙여도 돼?"라고 물었다. 노엘은 "안 돼요"라고 했다. 미라는 붙였다. '제3방어선'. 가장 맛없는 수프의 이름이었다. 노엘은 한숨을 쉬었다.

노엘은 종 조각을 동생의 무덤에 놓았다.

고향에. 불탄 마을에. 마을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집이 없었으니까. 집터만 있었다. 그녀는 집터를 알았다. 종이 있던 자리도. 종탑은 무너져 있었고, 종은 녹아 있었고, 녹은 자리에 풀이 나 있었다. 동생의 무덤은 그 옆이었다. 그녀가 그날 직접 판 것. 열여덟에. 혼자. 삽이 없어서 손으로. 작았다. 동생이 작았으니까.

그녀는 무덤 앞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종 조각을 꺼냈다. 도끼에서 떨어진. 문양이 있는. 종이 울리면 동생이 뛰어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무덤 앞에 놓았다. 문양이 위로 오게. 동생이 볼 수 있게. 동생은 글을 몰랐지만 문양은 알았다. 매일 보았으니까.

"……가져왔어."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로 충분해서였다. 가르도는 죽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한 마을에서, 그가 기억하지 못한 아이의 무덤 앞에, 그의 도끼에서 떨어진 조각이 놓였다. 그것이 복수였다면 복수였다. 그녀는 그것을 복수라고 부르지 않았다. 돌려놓은 것이라고 불렀다.

해가 졌다. 그녀는 일어섰다. 무릎에 흙이 묻어 있었다. 털지 않았다.

복수했으니 이제 슬프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슬펐다. 여전히. 그것은 가르도가 죽어도 남았다. 남는 것이 맞았다. 그녀는 수도원으로 돌아가 부상자와 피난민을 치료했다. 성검을 예배실에 돌려놓았다. 덮개를 씌워서. 휴일에는 장터에서 가장 단 과자를 사 먹었다. 숨기지 않고. 적군 포로를 치료할 때는 다른 치유사와 교대했다. 할 수 있는 날은 했고, 할 수 없는 날은 다른 사람이 했다. 혼자 감당해야만 올바른 사람이라는 규칙도 버렸다. 그것은 미라가 버린 것과 같은 규칙이었다. 둘은 그것을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 알았다.

로가드는 침공에 가담한 일과 자기 부대가 저지른 일을 증언했다.

왕국의 법정에서. 사흘 동안. 마을의 이름을 하나씩. 그가 태운 것, 그의 부하가 태운 것. 그는 종이를 보지 않고 말했다. 외우고 있었다. 마을 이름 열일곱. 날짜. 죽은 사람의 수. 그가 아는 한에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

둘째 날 유족 하나가 일어섰다. 늙은 남자. 남쪽 마을의. 그는 로가드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거기 있었소. 열아홉. 당신이 기억하오?"

로가드는 그를 보았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 그렇겠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이 제가 한 일의 일부입니다."

늙은 남자는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구한 부하들과 그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같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부하들은 그를 구한 사람이라고 했다. 셋째 날 그들이 증언했다. 불 속에서 끌려 나온 마족 병사 스물. 유족들은 그를 태운 사람이라고 했다. 둘 다 맞았다. 법정은 둘 다를 기록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판결은 유형이었다. 북쪽으로. 그가 태운 마을들을 다시 짓는 노역. 그는 고개를 숙였다. 무장 해제된 채 포로 행렬 맨 뒤를 걷는 그에게 에반은 인사를 건넸다. 길에서 마주쳤을 때. 고개를 숙여서. 친구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로가드도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전부로 충분했다.


개선식은 결국 열렸다.

장례 뒤에. 왕도에서. 광장에 사람이 찼다. 깃발. 악대. 왕이 단 위에 섰다. 네 사람이 그 앞에. 에반은 낡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새것을 주었지만 입지 않았다. 미라는 기사 제복. 수선한 것. 노엘은 흰 옷. 흙은 없었다. 세드는 외투. 단추 하나가 다른.

왕이 말했다. 길게. 용사. 승리. 왕국. 에반은 들었다. 반쯤. 그는 광장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왕도 아이들이 앞줄에 있었다. 대피소의. 렌이 있었다. 목발을 짚고. 어린 적병이 있었다. 포로 행렬 끝에. 로가드는 없었다. 북쪽에 있었다.

왕이 에반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다. 단 위에서. 에반은 올라갔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는 입을 열었다. 준비한 말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다섯이 갔습니다. 일 년 전에."

광장이 더 조용해졌다.

"오르딘. 왕도 기사. 벨라. 마법원. 카이. 성채 궁수. 다렌. 제 스승. 그리고 세드."

그는 세드를 보았다. 단 아래. 세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넷이 돌아오지 못했고 한 분이 돌아왔습니다. 그분이 길을 알려 줘서 우리가 갔습니다. 넷이. 넷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내려왔다. 박수가 났다. 늦게.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용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섯의 이름이었다. 그중 하나가 살아서 단 아래 서 있었다.

세드 옆에 사람 셋이 왔다. 식이 끝난 뒤. 늙은 부부와 젊은 여자. 오르딘의 부모. 카이의 누이. 벨라는 가족이 없었다. 세드는 그들을 보았다. 피하지 않았다. 그가 가져온 것을 건넸다. 투구. 활. 반지는 마법원에. 그는 무슨 말을 했는지 나중에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카이의 누이가 활을 받고 "뒤를 막았다고요?" 하고 물었고, 그가 "네. 끝까지"라고 했고, 그녀가 울었다는 것은 기억했다. 그도 울었다. 광장에서. 사람들 앞에서. 그것은 처음이었다.

에반은 멀리서 그것을 보았다. 가지 않았다. 갈 자리가 아니었다. 미라가 옆에 섰다.

"잘 말했어."

"……준비 안 했는데요."

"그래서 잘 말했어."


세드가 포로 가족을 고향에 데려다준 날, 아이가 저글링을 해 달라고 했다.

작은 장터 근처 마을. 요새에서 구한 가족. 저글링 아저씨, 하고 부르던 아이. 집은 반쯤 남아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지붕을 보았다. 어머니가 문을 보았다. 아이는 세드를 보았다.

"저글링."

세드는 사과를 찾았다. 없었다. 감자가 있었다. 주머니에. 요새에서부터 들고 다닌 것. 늙은 여자가 준 것 중 마지막. 그는 그것을 꺼냈다. 하나. 저글링은 셋이 있어야 했다. 아이의 어머니가 둘을 더 가져왔다. 세드는 던졌다.

떨어뜨렸다. 셋 다. 하나는 발에 맞았다.

아이가 웃었다. 배를 잡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세드도 웃었다. 발을 문지르며. 뭔가를 잊으려고 웃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잊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로 해서였다. 그는 감자를 주웠다.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는 그것을 받았다.

"또 와요?"

"……응. 또 올게."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두 달 뒤에. 그때는 사과를 가져갔다. 역시 떨어뜨렸다.


왕도 아이들에게 간 것은 개선식 다음 날이었다.

대피소. 이제 대피소가 아니었다. 창고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그 앞 골목에 있었다. 대여섯. 에반이 왔다. 성검을 들고. 별신전으로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또 보여 준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왔어."

그는 검을 꺼냈다. 아이들이 둘러섰다. 손잡이를 만졌다. 닳은 가죽. 날은 만지지 못하게 했다. 아이 하나가 물었다.

"이걸로 마왕 죽였어요?"

"……응."

"세게 찔렀어요?"

에반은 검을 보았다. 아이를 보았다.

"아니. 세게 안 찔렀어."

"그럼요?"

"댔어. 한 호흡. 안 움직이고."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에반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 하나에게 검을 들게 했다. 양손으로. 아이가 들었다. 무거웠다. 아이는 그것을 들고 서 있었다.

"무거워요."

"응. 그래서 혼자 못 들어."

"혼자 들었잖아요."

"……아니. 셋이 잡아 줬어."

아이는 검을 내려놓았다. 에반이 받았다. 검집에 넣었다. 덮개를 씌웠다. 아이들이 흩어졌다. 그는 골목에 서서 검집을 보았다. 덮개. 노엘이 열어 준. 그는 그것을 다시 열지 않았다. 다음 사람이 열 것이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누가 옆에서 걸쇠를 풀어 주겠지.


에반이 병사들에게 물동이를 들게 한 날, 병사 하나가 물었다.

동쪽 마을 근처. 마물 토벌 중의 야영지. 왕국이 붙여 준 병사 여섯. 어린 병사들. 에반과 같은 나이이거나 한두 살 위. 그들은 에반이 용사라고 생각했다. 마왕을 죽인. 그래서 따라왔다. 그리고 물동이를 들게 됐다.

"이게 수련입니까?"

"응."

"물동이 드는 게요?"

"받아흘리기 수련."

"……검을 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에반은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자기 것. 반쯤 찬. 그는 병사에게 막대를 주었다.

"쳐."

병사가 쳤다. 에반이 흘렸다. 물이 흔들렸다. 쏟아지지 않았다. 병사가 다시 쳤다. 세게. 흘렸다. 쏟아지지 않았다. 병사는 막대를 내렸다.

"……어떻게 합니까."

"상대가 오는 길로. 막지 마. 옆으로 보내. 네가 먼저 치려고 하는 순간 틀려."

"그러면 언제 칩니까?"

"상대가 넘어진 다음에."

병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에반은 알았다. 자기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두 해 동안. 그는 병사에게 양동이를 주었다. 물을 반만 채워서.

"반만이요?"

"반만."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그도 투덜거렸었다. 그는 그들이 투덜거리는 것을 들으며 막대를 휘둘렀다. 느리게. 한 번 됐다고 된 게 아니야. 백 번. 그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할 때가 아니었다. 백 번이 되면 할 것이다.


미라의 훈련장에서 부하가 말했다.

기사단. 왕도. 피난 행렬 호위 훈련. 미라가 가르치는 것. 받침을 박는 법. 한 손으로 흘리는 법. 어디 설지 먼저 정하는 법. 부하 열둘. 그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받침을 박지 않고 하면 안 됩니까?"

미라는 그를 보았다.

"왜."

"피난 행렬은 움직이니까요. 받침을 박으면 멈춰야 하고, 멈추면 행렬이 저를 두고 갑니다. 차라리 행렬 옆에서 걸으면서 흘리는 게—"

"그러면 돌진은 못 막아."

"돌진은 다른 사람이 막으면 됩니다. 저는 옆을 막고요."

미라는 한참 그를 보았다. 돌다리에서라면 "명령대로 해"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있었다. 열둘. 그녀는 말했다.

"해 봐."

부하가 해 보았다. 행렬 옆에서 걸으면서 흘렸다. 받침 없이. 돌진이 오자 밀렸다. 그러나 다른 부하가 받침을 박고 돌진을 받았다. 둘이서 됐다. 혼자서는 안 되는 것이 둘이서 됐다.

"……됐네." 미라가 말했다.

"됐습니까?"

"이름 붙여야지."

부하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미라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방식에 이름을 붙였다. '제3방어선'. 가장 맛없는 수프의 이름. 장갑의 이름. 이제 전술의 이름. 노엘이 들으면 한숨을 쉴 것이다. 그래서 붙였다.

그날 밤 그녀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셋은 움직였고 둘은 안 움직였다. 통증이 있었다. 비가 올 것이다. 내일은 쉴 것이다. 쉬는 것도 결정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결정했다.


계절이 한 번 바뀐 뒤, 네 사람이 라움 마을 여관에 모였다.

여관은 새로 지어져 있었다. 같은 자리에. 주인은 같은 사람이었다. 세드가 열흘 동안 술을 마셨던 이층 방도 있었다. 세드는 그 방에 묵지 않았다. 일층에 묵었다.

미라의 휴가, 노엘의 순회 진료, 세드의 귀향 지원 길이 겹쳤다.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에반은 마물 토벌을 마치고 돌아온 길이었다. 병사들은 왕도로 돌려보냈다. 물동이 수련을 마친 뒤에.

에반은 의뢰서를 펼쳤다. 여관 식탁에. 동쪽 숲에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 마을 촌장이 보낸 것. 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농부들이 숲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목적지부터 외치지 않았다. 각자의 일정을 물었다.

"미라 씨는 언제까지예요."

"닷새."

"노엘 씨는."

"사흘. 그 다음엔 북쪽 마을."

"세드는."

"……나는 괜찮아. 어디든."

에반은 의뢰서를 보았다. 동쪽 숲. 걸어서 하루. 마물. 하루. 돌아오는 데 하루.

"이틀이면 돼요. 같이 갈래요?"

네 사람은 이틀간 함께 가기로 했다.

거대한 재앙은 없었다. 예언도 없었다. 마왕도 없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했고, 마침 이들이 근처에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에반은 그것이 좋았다. 다렌이 왕도로 회의하러 가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어른들 회의. 그는 이제 어른이었다. 열여덟이었다.

여관 앞에서 에반이 물었다.

"준비됐어요?"

"이번엔 빵 네 몫만 샀다." 세드가 말했다. 자루를 들어 보이며.

"그럼 하루도 못 가겠는데." 미라가 말했다.

"에반 몫이 빠졌네요." 노엘이 말했다.

"이젠 그렇게 안 먹거든요."

에반의 배가 울렸다.

크게. 여관 앞 길까지 들리게. 세드가 한숨을 쉬며 여관으로 돌아갔다. 빵을 더 사러. 미라와 노엘이 웃었다. 에반도 결국 웃었다. 배를 잡고. 세드가 자루를 하나 더 들고 나왔다. 무거웠다. 에반이 들었다.

다시 지은 여관 앞에서 의뢰서를 든 에반과 빵 자루를 든 세드, 웃는 미라와 노엘
빵 네 몫

잠시 뒤 네 사람은 같은 길을 걸었다.

동쪽으로. 숲으로. 아침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에반은 앞서 달리지 않았다. 달리고 싶지 않았다. 뒤처지는 사람도 없었다. 미라는 방패를 오른쪽 어깨에 멨고, 노엘은 약 상자를 들었고, 세드는 지팡이를 들었다. 끝이 탄 것. 새것은 여관에 두고 왔다. 에반은 새 철검을 찼다. 낡은 푸른 망토를 입고.

길은 하나였다. 넷이 걸었다. 같은 걸음으로.

그것이 전설이었다면, 아주 조용한 것이었다.

아침 길을 같은 걸음으로 나란히 걷는 네 사람의 뒷모습
같은 길

(끝)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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